[ET타워]충격과 공포

◆이재구 국제기획 부장 jklee@etnews.co.kr

 미국의 대테러전이라는 이라크전쟁은 전쟁코드명 ‘충격과 공포(Shock&Awe)’란 말 그대로 첨단기술의 경연장이란 점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덧붙이자면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전쟁으로 특수를 누린다는 근착 해외 토픽 정도가 관심거리로 부상할 것이다.

 반드시 살상무기가 아니라도 전쟁은 레이더의 발명에서 통신기기 발전의 가속화에 이르기까지 인류 기술문명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촉진시키는 계기를 제공해왔다.

 이번 전쟁에서 사용되고 있는 e폭탄·JDAM 등 첨단무기와 방송용 SNG(Satellite News Gathering) 등은 전쟁과 기술간 상관관계를 잘 보여준다. 잘 살펴보면 전쟁·기술·경제의 연관성까지 읽을 수 있다.

 최대 관심거리는 단연 폭발과 함께 20억와트의 전력을 내뿜으며 반경 400∼500m 이내의 모든 전자장비를 파괴, 전쟁지휘부의 통제력을 상실토록 하는 ‘e폭탄’이다. 상대편 사령부 내 전자연결을 끊어버리고 마이크로칩을 파괴해 전자장비를 못쓰게 만든다. 통합정밀직격병기인 JDAM은 폭탄에 스마트장치를 결합, 컴퓨터와 관성항법장치(INS)·위성항법장치(GPS)등 이용 목표물을 정확히 공격한다. 생산팀에는 하니웰(INS)·록웰콜린스(GPS)·록히드마틴(컴퓨터)·엔저앤이글피처(배터리) 등의 첨단기술이 종합돼 있다.

 이번 전쟁에서는 또 디지털전장화를 실험하는 FBCB2가 도입됐다. 소형모니터와 본체 자판으로 이뤄진 이 기기는 GPS를 이용해 스크린에 육해공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병사에서 사령관에 이르기까지 전군이 전쟁 상황을 인식토록 하자는 첨단 전쟁 개념이다.

 하지만 표면상 첨단 IT기기가 대량으로 사용돼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21세기 최초의 디지털 첨단 전쟁의 이면에 ‘원소(atom)’가 숨어 있음은 아이러니다.

 60년대 이후 세계 주요 산유국은 엑슨·모빌·걸프·소칼·텍사코 등 미국계와 네덜란드·영국계 로열더치셸, 영국의 BP 등 소위 7개 메이저에 의해 주도돼왔다. 이들의 횡포에 대항해 아랍 산유국 중심으로 저 유명한 석유수출국기구, 즉 OPEC가 만들어졌다. 72년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이 석유자원을 국유화하면서 가격이 인상됐다. 73년 이집트·시리아·이스라엘간 재발한 제 4차 중동전을 계기로 아랍 측이 비우호국에 원유공급을 감축·중단하면서 1차 오일쇼크가 발생, 세계적 경제불황과 인플레이션이 일었다. 79년 이란 회교혁명은 이란의 대서방 석유공급량 감축으로 유가인상을 불러 2차 오일쇼크가 왔다. 알려진 대로 러시아의 체첸에 대한 집착도 카스피해 유전에 대한 이해관계 때문이다. 40∼90년의 50년간 이데올로기에 의한 냉전시대가 끝나고 90년대 IT전성기를 거친 지금 세계는 석유전쟁이란 새로운 화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석유고갈시점이라는 향후 30년 이내 대체에너지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류는 앞으로도 심심찮게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라크전’들을 목격하게 될지 모른다. 실리콘밸리로 대변되는 IT문명의 최고봉 미국이 최첨단무기로 얻고자 하는 것이 아날로그 자원인 ‘석유’라는 점은 또다른 충격과 공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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