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부·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당신 회사가 순손실을 입은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관계사의 부실 때문이 아닙니까. 그런데 그 관계사의 전경영진이 당신 회사의 감사이사로 계속 있어 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최근 열린 한 벤처캐피털업체의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핏대를 올리며 경영진에 항의하는 장면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60억원대, 당기순손실액이 700억원대를 넘어가는 A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관계사 B사의 경영부실로 큰 손실을 봐야만 했다.
이런 현실에서 2000년 말까지 B사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K씨가 2001년 3월부터 A사의 감사이사로 일해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는 것이 주주들의 항변이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일부 주주가 핏대를 올리며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A사에 대한 투자나 업무지원이 정당하게 이뤄졌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구체적인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역시 A사와 B사 모두 모기업 회장의 일가족이 경영일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보여진다.
A사는 이날 주주총회에 모기업의 일부 직원을 동원해 위임장을 받아 주주총회에 참석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업 직원들이 계열사를 걱정해 스스로 참여했을 리도 없고 모종의 관계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앞서 A사의 모기업도 며칠 전 주주총회를 열며 회사의 과장급 이상을 주주총회에 참석시킨 것으로 알려졌으니 주주총회 진행방법도 유사하다.
이리 재보고 저리 재봐도 ‘주주를 모셔놓고 그간의 상황을 솔직히 설명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가 주주총회일텐데 내부 직원을 동원해 어떻게 하면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주주총회를 끝낼 것인가 고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주주총회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가족잔치로밖에 볼수 없다. 그런데 보다 큰 문제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이 회사에만 국한돼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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