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용 온라인게임 `열풍`

 “요즘 ‘비엔비’는 한물 갔어요. ‘캔디바’나 ‘큐플레이’를 더 많이 해요.”

 서울 문래초등학교 4학년 석모양(11)은 주말이면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친구집에 모여 온라인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다.

 최근 김해에서 서울로 전학온 그는 게임 때문에 금새 친구들과 친해졌다고 말한다.

 “이제 ‘바람의 나라’를 해보고 싶어요. 우리 짝은 물론 친한 친구들이 모두 ‘바람의 나라’ 팬이거든요.”

 초등학생 사이에 온라인게임 열풍이 불고 있다.

 수업이 끝나면 인터넷이 깔린 친구집으로 몰려가는가 하면 학원에서 돌아와 온라인게임 속에서 친구들과 다시 만나기도 한다.

 게임 속 레벨이 높거나 화려한 아바타를 가진 친구는 선망의 대상이다. 때때로 게임 속 레벨을 올리기 위해 학부모나 삼촌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게임을 못하면 ‘왕따’가 되는 건 시간 문제다.

 요즘엔 게임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형 게임이 단연 인기다. 학부모와 연일 게임 때문에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아이들 입장에선 공부도 된다면 ‘명분’도 서기 때문이다.

 끝말잇기 게임 ‘쿵쿵따’와 퀴즈게임 ‘큐플레이’ 등이 대표적. 끝말잇기를 통해 어휘실력을, 퀴즈풀이를 통해 풍부한 상식을 얻을 수 있다며 ‘게임 예찬론’을 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실제 이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캔디바(꿍꿍따)’와 ‘큐플레이’는 한달 매출이 10억원을 넘어설 정도다.

 지난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온라인게임 ‘비엔비’는 필통이나 공책의 캐릭터로도 등장했다.

 그래도 엄마와 아빠는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오랫동안 게임을 하다 혼쭐이 나는 건 다반사. 아예 컴퓨터 사용금지령이 떨어지기도 한다.

 유료 게임 역시 경계대상이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아이들로선 ‘그림속 떡’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인터넷 활용이 보편화되고, 온라인게임이 친구들 사이에서 커뮤니티로 자리잡으면서 상황은 많이 바뀌고 있다. 무조건 게임을 하지 말라는 학부모보다 어느 정도만 즐기라는 학부모가 늘고 있는 것.

 더러는 아이들의 용돈 대신 유료게임 이용권을 끊어주거나 유료 아이템을 구입해주는 학부모도 생기고 있다.

 게임업체들도 더이상 아동용 온라인게임을 마이너시장으로 보지 않는 추세다. NHN·넷마블 등 굵직한 게임포털업체가 최근 아동용 게임 서비스를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뿌’ ‘카툰레이서’ 등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게임이 벌써 게임포털 인기 게임메뉴로 올랐고, 연말까지 10여종의 아동용 게임이 주요 게임포털사이트에 추가될 예정이다.

 정상원 넥슨 사장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온라인게임 열풍이 불면서 올해 말까지 50여종의 아동용 온라인게임이 쏟아질 전망”이라며 “초등학생들의 주머니사정을 고려해 무료로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부분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부분 유료화도 적극 고려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의 게임열풍에 대해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게임이 동심을 앗아간다는 비판론과 디지털사회에서 놀이문화도 디지털화 될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영수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원장은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게임을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이는 마당에 무조건 못하게만 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자제력이 없는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부모가 엄격하게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조치를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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