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달 초 국토안보부 출범과 동시에 내년에 정보기술(IT) 관련 분야에 총 59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관주도 IT 투자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IT업계와 벤처캐피털들이 유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25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IT기업들의 벤처투자는 특히 보안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인텔이 최근 2200만달러를 투입해 크고 작은 보안 벤처기업 8개를 인수했으며 벤처캐피털인 멘로파크는 총 5200만달러를 투자했다.
스카이캐피털홀딩스는 뉴욕에서 벤처 자회사 스카이벤처캐피털을 설립해 국토안보부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 목표 3000만달러의 절반 가량을 이미 끌어모았다.
캘리포니아의 한나벤처는 공공 안전 부문을 중심으로 1500만달러의 자금을 모으고 있다. 또 코네티컷의 트라이덴트캐피털은 5억2500만달러 규모의 ‘펀드5’ 일부를 보안 관련 기업들에 투자했다. 투자를 받은 회사 중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쓰인 무인비행기를 만든 ‘i로봇’ 등의 회사가 포함돼 있다.
뉴엔터프라이즈어소시에이트도 수십개 보안 기업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10개 기업에 투자했다. 이들 중에 네오테리스는 원격지에서 컴퓨터에 안전하게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무선통신용 보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데크루는 디스크에 저장된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기술을, 시큐어파이어는 해커 등 불법 침입자를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 정부기관도 이같은 추세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 지난 99년 실리콘밸리에서 첫발을 뗀 CIA의 벤처투자 부문 인큐텔은 최근 들어 가장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 예산이 3000만달러로 출범 이래 거의 40건을 투자했다. 인큐텔은 200개 벤처 캐피털들과 관계를 맺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큐텔의 대변인은 “우리는 3000건의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 가운데 2000건는 9·11 이후에 시작된 것”라고 말하고 있다.
인큐텔로부터 투자받은 실리콘밸리 업체로는 내부 e메일을 분석해 종업원들을 확인해 연결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태싯놀로지시스템스, 소형 휴대형 축전지를 제작하는 퀴너지, 협업 e메일 시스템을 개발하는 재플릿 등을 들 수 있다.
이밖에 인큐텔에 이어 미 육군도 2500만달러를 투입해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미 국방부의 태스크포스도 지난해 가을 서부 지역 기업인들과 회합을 갖고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얻어 왔다.
물론 이 분야의 앞날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좁은 영역으로 특화된 펀드의 성공여부는 업계에서도 ‘반반’으로 보고 있다. 글로브스트리트어드바이저에서 30억달러가 넘는 연금 펀드를 운용하는 클린트 해리스는 국토보안부 관련 펀드 몇가지를 검토한 후 “관련 기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몇몇 선례가 될 만한 거래도 필요하다”며 성공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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