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진 장관의 행보

◆이윤재 IT산업부장 yjlee@etnews.co.kr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통신사업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소프트웨어진흥원·정보보호진흥원 등 산하기관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았다. 지난 주말에는 중소벤처기업 CEO들을 만나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직 조심스런 행보지만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조만간 정통부 내 후속인사를 단행하고 나면 그의 컬러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8개월 전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정통부 CEO의 최우선 조건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가진 인물’을 주문했다. 당시 7개월짜리 장관에 오른 이상철 전 장관에 대해서는 글로벌 마인드와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로 추켜세우면서.

 이제는 진 장관 차례다. 그는 글로벌 감각과 아이디어가 뛰어난 인물이라는 평가를 이제 정통부 CEO 자리에서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정통부 실국장들에게 글로벌 시각을 강조했다. 주요 경쟁상대국의 정책담당자들이 어떤 인물인지, 그들과 겨뤄 이겨낼 수 있는 경쟁요소가 무엇인지 등을 찾아내라는 것이다.

 직원들에게는 프레젠테이션을 요구했다. 이제부터는 서면보고가 아니라 자신의 일을 정확히 파악해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TV·디지털콘텐츠·IT 핵심부품 등처럼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IT 성장엔진에 대해서는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브레인 스토밍을 구성해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가 장관 취임 이후 내세운 정책 방향은 신산업 육성과 시장원리로 요약된다. 신산업 육성은 국가 아젠다처럼 부상한 데다 IT업계 모두가 수긍하는 대목이다. 진 장관이 IT 성장엔진을 제시하면서 감성로봇이나 텔레매틱스·임베디드 소프트웨어·컴퓨터 그래픽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도 신산업 육성에 기초한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원리에 대한 그의 시각은 무엇일까.

 IT업계, 특히 통신사업자들은 이 대목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진 장관의 시장원리 잣대에 따라 선후발 통신사업자의 명암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차일피일하고 싶은 IMT2000서비스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진 장관은 “투자대비 효과를 먼저 파악하라”는 자신의 주문이 벌써부터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곱씹어봐야 한다.

 한 기업의 투자대비 효과와 전체 산업이나 국가경제에서의 투자대비 효과를 슬기롭게 구별할 때 정통부 CEO로서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글로벌 감각도 정책으로 나타나야만 제 빛을 발할 수가 있다. 이런 점에서 실국장들에게 글로벌 시각을 강조한 것은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아무리 글로벌 마인드가 몸에 밴 장관이라도 조직 내에서 손발이 맞지 않으면 빛을 발하기 어렵다. 정통부 최초의 글로벌 수장으로 기대를 모은 배순훈 전 장관이 진가를 보여주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진 장관은 또 개인의 꼬리표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는 게 부담스럽다. 검찰인사·이라크전 등으로 이어지는 대형 뉴스로 잠시 잠복했을 뿐 그를 둘러싼 잡음이 끊긴 것은 아니다. 이걸 풀어내는 게 당면한 숙제다.

 그리고 상당부분은 진 장관 스스로가 정통부 CEO로서 평가받을 만한 정책수행을 통해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