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혼수가전 특수 ‘실종’

 ‘혼수가전 시장이 실종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상시보다 20∼30% 정도 판매고를 올려 가전유통업체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줬던 혼수가전 ‘특수’가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하이마트·전자랜드21·하이프라자 등 주요 가전유통업체는 올봄 혼수가전 시장을 겨냥해 지난달 말부터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공격 마케팅에 나섰지만 경기불황에 전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수가전 시장은 대대로 결혼 성수기인 5월보다 두 달 정도 이른 2월말부터 시작해 3월 피크를 이루지만 올해는 오히려 매출이 역신장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자랜드21(대표 홍봉철)은 혼수가전 시장을 겨냥해 3월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정작 판매고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10% 정도 감소했다. 혼수가전 수요가 몰리는 이달은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이마저도 2·3월 오픈한 신규점 덕택이라는 분석이다.

 전자랜드 측은 “3월은 혼수가전 특수 등이 겹쳐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추락한 매출곡선에 뚜렷한 변화가 없다”며 “그나마 신규점 덕분에 근근이 목표매출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자랜드21은 다음달 이라크 전쟁이 끝나더라도 여전히 꺾인 소비심리가 회복되기 힘들다고 보고 당초 개장키로 했던 신규점을 4월 이후로 미뤘다.

 하이프라자(대표 방효상)도 올해들어 기존 매장 기준으로 전체 매출이 10% 정도 감소했으며 혼수가전만 놓고 볼 때 전년보다 20% 정도 감소해 사실상 이전과 같은 혼수특수는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하이프라자는 “그나마 매출이 오르는 곳은 신규점에 불과하며 2월말과 3월은 혼수가전 수요로 매출신장을 기대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섰으나 결과는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고 덧붙였다.

 테크노마트도 본격적인 혼수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가전매장에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매장을 방문하는 예비 신혼부부의 방문비율이 이전보다 30∼40% 줄었으며 구매금액 역시 이전보다 평균 10∼20% 감소했다.

 테크노마트 측은 “그나마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고가 디지털 가전 등 일부품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혼수가전 품목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3월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매장 분위기는 썰렁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하이마트·리빙프라자 등 다른 가전유통업체도 당초 기대를 걸었던 혼수가전 매출이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제자리 걸음이거나 오히려 역신장하자 진열상품을 고가 디지털 품목으로 교체하거나 에어컨 예약 판매를 앞당기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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