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대표적 기업의 최고사령탑들은 이번 이라크전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장기침체라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로 빠져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본지가 지난 20, 21일 이틀간 통신·컴퓨터·인터넷(포털)·시스템통합(SI)·게임·보안 등 각 IT분야 정상급 기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58명을 상대로 긴급 조사한 결과 이들은 지난 2000년의 닷컴거품(버블) 붕괴 이후 이제 서서히 회복 기지개를 켜려던 국내 IT시장이 이번 미국·이라크전쟁의 후폭풍으로 회복할 수 없는 장기침체에 빠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들은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기업이 전쟁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면서 투자를 보류·축소하고 있는 마당에 올해 5% 선의 성장이 예상되는 국내 경제마저 장기침체로 가게 되면 가뜩이나 어깨가 움추려든 국내 IT경기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전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HP·한국오라클·썬마이크로시스템즈·인텔코리아·노텔코리아·한국알카텔·한국루슨트·시스코코리아 등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과 삼성·LG전자 등 국내 주요 전자기업의 CEO은 이번 미·이라크전의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 장기화를 가장 큰 근심사항으로 꼽았다. 이와 달리 수출에 민감한 SI업체를 이끌고 있는 수장들은 경기침체 장기화보다 수출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고 답변, SI가 수출에 민감한 업종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또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에 민감한 게임과 통신서비스를 이끌고 있는 CEO들도 경기침체 장기화보다 내수 위축을 우선되는 우려사항으로 지목했다. 상대적으로 자금유통 악화를 지적한 CEO들이 가장 적었다.
◇이라크전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만일 이라크전이 속전속결의 단기전으로 끝나면 국내 경제에 별 영향이 없겠지만 석 달 이상의 장기전으로 가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CEO들은 전망했다. 특히 장기전으로 치달을 경우 응답자의 36.2%(21명)가 3% 미만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으며 5% 이상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 CEO들도 24.1%(14명)나 됐다.
하지만 장기전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15.5%(9명)이나 됐다. 단기전으로 끝나도 5% 이상의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 CEO도 1명 있었다.
◇종전 후 회복시간=전쟁이 끝나고 우리 경제가 언제쯤이나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대다수 CEO가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3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답이 25.8%(15명)로 두 번째를 차지했으며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답도 15.5%(9명)나 나왔다. 2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매우 비관적 전망을 한 CEO도 있었다.
◇IT업체에 호재가 될 것인지=첨단 디지털 무기가 총동원된 이번 미·이라크전이 국내 IT업체에 호재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과반수가 훨씬 넘는 67.2%(39명)의 CEO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호재가 될 것이다’고 답한 CEO도 32.8%(19명)나 됐는데 주로 SI업체들의 CEO였다.
◇현재 영향을 받고 있는지 여부=미·이라크전으로 국내 주요 IT기업이 영향을 받고 있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체 58명의 CEO 중 12명(20.8%)만이 ‘영향받고 있다’고 답했으며 과반수가 약간 넘는 55%(32명)의 CEO는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앞으로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지적한 CEO도 24%(14명)나 돼 향후 전쟁 전개 추이에 따라 국내 IT업체들의 피해도 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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