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제 채권시장에서는 한가지 기현상이 발생했다. 전쟁이 한창인 나라 사정과는 정반대로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던 이라크 정부발행 채무불이행(디폴트) 채권이 16%(액면가 100달러짜리일 경우 16달러)에 거래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말 파산보호신청을 낸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디폴트 채권(12%)보다도 비싼 셈이다. 그만큼 국제사회가 전후 이라크 경제를 낙관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이 끝나고 본격적인 이라크 재건작업이 시작되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될 분야 중 하나가 통신·IT인프라의 구축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이라크내 IT인프라는 전무한 실정이다. 대다수 IT관련 제품이 지난 13년간 유엔의 제재로 생산과 수입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지에서 잘 팔리는 전기·전자제품 역시 단순기능 위주의 생필품 수준이 전부다. 표참조
이라크 IT복구사업 참여를 제로베이스 상태부터 생각해 짚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99년 이라크 통신공사는 GSM 방식으로 5000라인의 교환기를 중국업체와 2500만달러에 계약했으나 유엔의 거부로 결국 도중에 무산시킨 바 있다. PC 역시 군사용 전용가능 품목으로 분류돼 있어 소규모 조립업체 몇개만이 영세운영되고 있다. 위성방송은 자국법이 강력히 금지하고 있어 관공서와 일부 외국인에게만 허용돼 있다. 2001년부터 서비스되기 시작한 인터넷도 일반인은 다이얼업 방식의 e메일만 이용가능하다. 따라서 이들 분야는 모두 전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현지의 관측이다.
“오는 5∼6월 바그다드 국제박람회장의 부스 예약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이는 이번 전쟁 때문이 아닙니다. 이미 올해 초 전 부스가 예약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요르단 암만에 피신해 있는 정종래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장은 종전만을 기다리는 현지 표정을 이같이 전했다.
김규식 KOTRA 중동·아프리카본부장은 “이라크 전운에도 불구, 최근 우리나라의 대중동 수출 성장률은 작년대비 20%대를 넘나들고 있다”며 “특히 지난 19일 전쟁 발발 직전 서울에서 열리는 ‘중동·아프리카 수출상담회’에 50여개 현지 바이어사가 대거 방한하는 등 이라크 사태를 계기로 제2의 중동특수마저 기대된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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