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한국경제號`의 앞날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나면서 바짝 마른 고목에 물이 오르고, 겨우내 숨을 죽이고 있던 들풀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처럼 봄기운은 완연하건만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경제계의 봄소식은 아득한 것 같다. 미국발 한파로 인해 꽁꽁 얼어붙었던 한국경제호에 삭풍이 몰아치면서 기온이 낮아질 정도니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실제로 걸프만에 위기가 고조되면서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고삐를 잡혀가던 가계 빚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핵문제가 목줄을 죄면서 외국돈 꾸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춘투에 임하는 노동계의 입장도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춘래불사춘이다.

 그뿐 아니다. 원달러 환율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코스닥시장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속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시장경제가 총체적으로 움츠러들면서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업황BSI)도 2001년 1분기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75로 기준치(100)에 턱없이 못미친다. 이는 작년 4분기(96)는 물론 지난 1월(80)보다 떨어진 것으로 2001년 1분기(6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잘 알다시피 업황BSI는 100을 넘으면 현재 체감경기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 이하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기업하는 사람을 만나면 너나 할 것 없이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자욱한 먹구름으로 인해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경상비를 대폭 줄이고, 예정돼 있던 투자와 신입사원 채용을 뒤로 미루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감량경영에 들어간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2분기 경영계획을 다시 짜는 기업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경제의 간판주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의 경우 반도체·LCD 등 대규모 투자는 계획대로 밀고 나가지만 소규모·경상적 투자는 신축적으로 추진하고, LG도 PDP 등 대규모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할 방침이지만 내수침체 등 경영환경이 급변하면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검찰수사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SK와 한화는 더하다. 계획한 투자조차 유보할 정도라고 하니 신규투자나 사업 확장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기업이 이럴 정도니 대기업이 기침을 하면 곧바로 감기에 걸리는 중소기업의 실정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초근목피로 연명하면서 근근히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대외적인 안전판 역할을 해온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실물경제는 하강국면에 빠져드는 등 주요 거시지표가 크게 흔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목소리를 내야 할 청와대와 경제팀이 여전히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재벌과 노동정책, 그리고 개혁추진 일정 등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고 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혹시 정책당국자들이 사태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크다.

 주지하다시피 기업과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면 투자를 기피하고 보수적인 경영에 나서게 된다. 그럴 경우 경기위축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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