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엔터프라이즈부 차장 changhlee@etnews.co.kr
‘내재돼 있다’는 영어 단어 ‘임베디드(embeded)’에서 알 수 있듯이 임베디드 SW는 다양한 정보기기 안에 담겨 있다.
예를 들어 휴대폰·디지털TV·게임기·PDA 등과 같은 소비재 정보기기에 여러 가지 형태로 탑재된다. 또 금융단말기·자동차·컴퓨터·의료장비·교통관제시스템·군사항공·유통 단말기기에도 사용돼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구현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국가 전반에 걸친 디지털 라이프를 촉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메인프레임·퍼스널 컴퓨터에 이어 제3의 컴퓨팅 조류로 이해되는 임베디드 SW가 국가적인 전략산업으로 여겨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미국·유럽·일본 등지에서는 임베디드 SW 육성을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가 임베디드 SW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정보통신부의 경우 올초 2007년까지 한국을 세계 2대 임베디드 SW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정통부는 임베디드 SW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응집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임베디드 SW의 국가표준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임베디드산업이 형성되기 전에 표준을 제정해 업계 및 정부 부처의 중복투자와 일관성 없는 기술 도입을 막아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정통부는 7월까지 국내 표준을 정해 발표하고 일본·중국과 함께 동북아 3국 임베디드리눅스표준협의체를 구성해 세계적인 강국으로서의 면모까지 갖추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표준 제정이 당연히 명분도 있고 국가적인 지원책에 있어 핵심 사안이라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더욱이 임베디드 SW가 시장형성 초기인 만큼 표준 제정은 산업 촉진 및 확산에 기폭제로 작용할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정통부의 움직임을 보면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된다. 원론은 좋지만 각론에 있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표준 제정의 주체가 민간기업이어야 함에도 정통부는 표준 제정의 일정을 미리 정해놓고 ETRI와 함께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정통부는 1년에 100억원이라는 정부 예산을 ETRI 산하 임베디드SW기술센터에 책정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효율성을 고려한 조치겠지만 업계에서는 “표준화 제정 과정에서 실제로 업계는 들러리 역할에 그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식으로 표준 제정의 방식과 절차 등이 민간 주도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임베디드 표준 제정이 K-DOS(한국형 DOS 개발 프로젝트)나 주전산기 개발 프로젝트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따라서 정부는 ETRI 산하의 센터보다 민간단체에 무게중심이 실리도록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최근 민간기업들의 모임으로 발족한 임베디드SW산업협의회나 한국리눅스협의회 등 같은 민간단체들이 표준 제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제안한다.
또한 정부는 어떤 산업분야든 국가표준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상충되게 마련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벌써부터 일부 임베디드 리눅스 전문기업은 각 기업이 개발해온 플랫폼과 별도로 국가 표준이 제정될 경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정통부가 다수의 중소기업이 그동안 개별적으로 추진해온 연구성과들을 표준 제정에 흡수하는 방안을 고민한다면 임베디드 표준 제정은 가장 성공한 국가 표준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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