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PN업계 공조 `지지부진`

 가상사설망(VPN) 업계의 ‘공조’가 제자리 걸음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VPN업계의 이익이나 시너지 확대를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진행돼온 VPN업계의 공조가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데다 앞으로도 공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VPN업계가 추진해온 공조는 크게 3가지. 지난해 6월 VPN업체들이 결성한 ‘VPN 상호연동테스트 협의체’를 통한 표준화 추진이 대표적이다. 또 행정자치부가 VPN 솔루션 도입을 위해 퓨쳐시스템과 어울림정보기술간 VPN 장비 연동을 권유, 이를 추진해온 것과 VPN업계에 논란이 일고 있는 ‘K4e 등급’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부 VPN업체들이 ‘VPN협의회’의 결성을 진행한 것이 대표적인 업계의 공조사례다.

 ◇1차례 연동 이후 유보=‘VPN 상호연동테스트협의체’는 지난해 12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실시한 단체 상호운용성 시험인 ION(Interoperable Open Network)을 통해 첫 연동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테스트는 어울림정보기술·시큐아이닷컴·시그엔·시큐어넥서스·리눅스시큐리티·시큐어소프트 등 6개 VPN업체가 참여했다. VPN 상호연동테스트협의체는 당초 국내 VPN 제품간의 연동을 통한 VPN 표준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첫 연동테스트를 실시한 이후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연동 의지 없다=지난해말 행자부 솔루션 공급을 위한 퓨쳐시스템과 어울림정보기술간 장비의 연동 문제는 양측의 껄끄러운 관계로 인해 진행조차 이뤄지지 않았으며 그나마 지난 12월 이후에는 ‘연동 테스트 보류’ 상태다. 이번 연동은 고객인 행자부의 요청으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이 안된 것은 양측 중 한쪽이 연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호 연동이기 때문에 양측에서 기술적인 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퓨쳐와 어울림이 각각 연동 지연에 대한 책임이 상대방측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실마리가 언제 풀릴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협의회 백지화=K4e 등급 문제 해결을 위해 결성을 추진해온 ‘VPN협의회’는 주도기업이 내부문제로 방향을 선회, 결성 자체가 백지화된 상태다. ‘VPN협의회’는 대형 금융권 VPN 도입 프로젝트에서 K4e 등급을 받은 방화벽이 통합된 VPN 장비만을 도입하는데다가 K4e등급 방화벽 제품을 보유하지 못한 VPN업체들은 입찰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등 피해를 입고 있어 이를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결성이 추진됐다. 이 협의회는 이노크래프트, 사이젠텍, 시큐어넥서스 등 5, 6개 VPN업체들이 논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협의회 결성을 앞장서온 이노크래프트가 경영진 교체 등 내부 정비로 인해 협의회 결성을 포기, 결국 VPN협의회는 추진이 불가능해졌다.

 배성일 사이젠텍 사장은 “VPN업계의 공조가 지지부진하거나 결렬된 가장 큰 이유로 낮은 시장성 때문”이라며 “수요가 낮은 상황에 제품간 연동 등은 영세한 VPN 업체들로는 별다른 이득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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