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투명하고 안전한 경협

◆이경수 인포비젼 대표 vis_lgs@infovision.co.kr

　

　‘참여 정부’는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을 평화번영정책으로 계승하고 이를 통해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이는 지정학적으로나 시기적으로나 참여 정부 출범의 의미로 보나 매우 의미심장하며 시의적절하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 중에서도 북한과의 경제협력, 특히 IT교류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IT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해서 어떤 과제들이 있는가.

　우선 체질이 허약하면 경협은 자칫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내부역량을 강화하고 성숙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자정부 구현이라는 큰 틀 아래 제반 의사결정과 처리에서 IT적인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합리적이고 투명한 국가운영이 가능해야 하며 그 결과 국가의 효율성과 안전성이 제고될 수 있어야 한다.

　IT가 이미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해진 사회 인프라인 만큼 이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수 있는 인력양성도 필요하다. 또 공인된 기술인력에 대해서는 책임에 상응하는 혜택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지식기반 기업의 육성도 요구된다. 수천의 벤처기업이 있으나 과연 몇이나 실리콘밸리 같은 무대에서 어깨를 겨룰 수 있을 것인가. 기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육성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 과제로는 남북협력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남북 교류협력사업에 기본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베이스의 내용으로는 북한 정보통신기술 및 산업, 해외개방을 포함한 발전정책 등에 대한 실태, IT 및 산업의 남북한 비교 검토, 남한의 정부 및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사업의 현황 등의 자료와 분석결과가 포함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데이터베이스는 어디에선가 집중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세번째는 범국가적 차원의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직접 나서라는 뜻이 아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여 바람직한 대응방안 제시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술중심의 정책 연구, 기술사 등 정보통신 분야 고급 인력들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내용 등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또한 IT분야의 대북 투자가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보다 많은 기업들이 북한과 협력사업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전기, 통신 등 기본인프라 확충과 북한 IT인력의 양과 질의 점검, 북한에 첨단 IT장비를 반입하는 등의 과제들을 해결해줘야 할 것이다.

　네번째는 대북투자에 대한 안전성과 투명성 확보다.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한의 세계적 수준의 IT역량과 북한의 IT산업 육성 의지가 맞물리면서 ‘남북 IT경협’이 급부상했다. 구체적으로는 남북 첫 IT 합작회사가 설립되는가 하면 북한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여 들여오고 남북간 통신회담도 열렸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북한의 IT수준과 산업실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보가 부족하고 남북관계가 악화될 경우 민간차원의 대북 투자에 대한 안전성 담보가 미흡한 실정이다. 이제는 많이 완화됐지만 기업간 과당경쟁에 의한 중복투자 내지는 경제적인 효과의 상실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IT 교류협력 자체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시각도 엄연하다. 더욱이 북핵에 대한 우려는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이같은 차원에서 안전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그마나 유지돼 오던 남북 T협력은 크게 위축되고 말것이다.

　‘참여 정부’ 시대의 남북IT협력은 과거처럼 개별적이고 중복적이고 경쟁적인, 그래서 역효과도 클 수밖에 없던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효율적이고 투명하며 미래 지향적인 협력이 돼야 한다. 언젠가 한 세미나에서 남북한 IT관련 정보의 제공, 지원,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범 국가차원의 ‘남북 IT교류협력위원회(가칭)’를 구성하자는 제안에 공감한 적이 있다. 이러한 유형의 기구는 새로운 시대의 남북IT협력 활성화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