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디지털 케이블방식 한시적 유예 불구, 업계는 시큰둥

 정통부가 디지털 케이블TV 서비스를 조기 도입하기 위해 당초 표준으로 채택한 ‘오픈 케이블’ 방식을 한시적으로 유예했으나 정작 시장에서의 반응은 시큰둥해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달 디지털 유선방송 추진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수신제한시스템(CAS)이 내장된 POD(Point Of Deployment)와 데이터방송 표준인 OCAP(Open Cable Application Platform) 두 가지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셋톱박스업체들은 장비 개발에 난항을 보이고 있다. 우선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과 ‘한시적 유예’지만 오픈케이블 표준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좁은 시장을 겨냥해 비표준 장비를 개발하기가 부담스렀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올 상반기부터 열릴 것으로 예상했던 디지털케이블 셋톱박스 시장은 일러야 올해말, 내년 정도가 돼야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라이프에 디지털 위성장비를 공급해 온 이엠테크닉스는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디지털케이블 셋톱박스 개발을 유보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쪽이 더욱 메리트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소민영 사장은 “비록 이전보다 장비개발 측면에서 유연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오픈케이블 표준이 여전히 유동적이고 앞으로 정통부의 방침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선뜻 장비개발에 나서기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케이블TV방송 사업자의 방침이 확정되면 그때 개발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토필드도 디지털 셋톱박스 장비개발을 후반기에나 검토하기로 최종 방침을 세웠다. 정부에서 요구하는 장비 사양이 다소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오픈케이블 방식을 고수해 전문업체가 케이블 셋톱박스 개발에 매달릴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토필드측은 “비표준 방식으로 개발을 한다고 해도 인력과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최소한 6개월 이상의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에이엠티와 휴맥스도 비슷한 입장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디지털케이블 표준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정부 방침과 별개로 물밑에서 독자적인 장비 사양을 준비하는 상황이어서 선뜻 장비개발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미 오픈케이블을 기정 사실로 준비해온 삼성이나 LG전자 등 대기업에서는 이번 조치로 장비개발에 가속도가 붙겠지만 전문업체 입장에서는 아직도 시장을 관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말까지 부분도입하도록 한 비표준 CAS내장형 셋톱박스는 표준 적용의 정상화와 표준장비의 조기출시 필요성 등을 감안, 1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당 가입자의 5%를 넘지 않도록 수량을 제한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