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최저가입찰제도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27일 실시된 무선랜 장비입찰에서 낙찰가 가격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대당 10만원 이하로 떨어짐에 따라 최저가입찰제도의 폐해에 대한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어이없이 무너진 10만원대=올들어 110만 가입자 유치를 목표로 적극적인 무선랜 투자에 나서고 있는 KT는 연초부터 무선랜 설비확장을 위해 단독형AP-A/B형, ADSL모뎀 통합형AP 등 세부문으로 나뉘어 장비입찰을 진행중이다.
문제가 된 입찰은 27일 실시된 통합형AP입찰로 사전 BMT를 통과한 3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실시됐다. 통합형AP 부문은 이미 지난 13일 2만대 규모로 실시돼 11만원대로 낙찰된 단독형AP-A형과는 달리 15만5000대라는 대규모 입찰이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만큼 업계의 관심이 컸던 만큼 가격경쟁은 치열했고 결국 최저가입찰의 허점을 노리고 9만원대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한 업체에 의해 10만원대가 어이없이 무너져버렸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KT가 실시한 동급 장비의 낙찰가격인 13만9590원과 비교해 반년 만에 30% 가까이 떨어진 가격이며 당시 낙찰가도 출혈경쟁의 결과라는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충격적이다.
결국 이번 입찰은 무선랜업계에 상징적인 의미로 여겨지던 10만원대가 무너지는 동시에 단독형AP-A형보다 재료비가 더 높은 통합형AP가 오히려 더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모순된 결과를 낳았다.
◇허탈한 무선랜 업계=이번 입찰과 관련, 가장 허탈감을 느끼고 있는 곳은 동종 업체들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과열경쟁으로 인해 장비가격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또다시 출혈에 가까운 수준으로 장비가격이 정해짐에 따라 올해 사업에 막대한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KT의 낙찰가가 다른 통신사업자 입찰에도 반영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올해 무선랜 시장에서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무선랜장비업체 A사 관계자는 “이같은 최저가입찰은 수주업체는 물론이고 업계 전체에 손실을 안겨준다”며 “이는 결국 국내 무선랜업체의 R&D 비용축소에 따른 경쟁력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마위에 오른 KT 입찰제도=그동안 KT는 민영화에 발맞춰 입찰제도의 합리화를 여러차례 추진해왔다. 올들어서도 기존 기술-가격 등 2단계 평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술평가와 실제 장비입찰을 분리하고 일부 장비에 대해서는 기술평가와 가격평가 점수를 차등 합산하는 것을 추진하는 등 제도개선에 힘써왔다.
하지만 이번 입찰처럼 대규모 물량을 구매하는 입찰의 경우는 일정 기술요건을 갖춘 제품에 대해 단순히 최저가낙찰을 적용함으로써 개선 노력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이로써 결국 이번 입찰의 수혜는 무선랜 업계가 아닌 KT가 입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무선랜서비스 가입자에게 매월 9000원의 AP사용료(1년 계약자 기준)를 받고 있는데 이번 입찰 결과에 따르면 불과 1년도 안돼 가입자로부터 AP 원가를 회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KT측은 “최저가입찰은 원가절감을 통해 보다 적은 비용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제도”라며 “사전 BMT를 통한 기술평가도 병행하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에 의해 공급자가 결정되는 제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입자로부터 받는 장비 사용료는 시장 초기 단계에서 보편화 시점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책정되는 가격인 만큼 단순히 장비 원가와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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