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300㎜ 시대가 올 것이라는 추측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데다 300㎜ 팹 구축에 필요한 장비와 팹 운용에 소요되는 재료 등 각종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서 소자업체들은 300㎜ 투자를 미뤄왔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지난 몇년 전에 비해 사뭇 다르다. 올 하반기를 기해 반도체 불황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선발업체들의 300㎜ 투자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어 후발업체들은 더 이상 투자를 미룰 수 없게 됐다.
◇어떤 업체들이 투자하나=D램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인피니온테크놀로지가 2년 전부터 300㎜ 투자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이에 대해 타 D램업체들은 별 반응을 보이질 않았다. 투자할 만한 여력이 충분치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300㎜ 투자를 지나치게 서두를 경우 과도한 초기투자 비용에 따른 위험부담과 시행착오의 가능성이 높아 대부분의 업체들이 두 업체의 추이만을 살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삼성과 인피니온이 300㎜ 초기투자에 이어 본격적인 양산투자를 서두르고 있고 인피니온의 후광을 받은 난야는 물론 메이저 순위권 밖에 있던 파워칩까지도 300㎜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이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타 D램업체들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300㎜ 투자는 가장 먼저 할 경우 위험부담이 많고 그렇다고 가장 늦게 하면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눈치를 보며 투자검토 단계에 있던 마이크론, 하이닉스 등은 이제 더이상 투자를 미룰 수 없는 입장이 됐다.
◇본격 양산시점은=300㎜ 팹을 본격 가동하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우선 인피니온이 독일공장 증설에 이어 난야와 공동으로 세우는 대만 팹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은 내년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1만3000장 규모로 추정되는 12라인 페이즈1을 오는 6월부터 가동할 예정이고 추가 확충할 페이즈2의 가동시기가 내년 초, 페이즈3의 가동시기가 내년 하반기 이후라는 점에서 12라인 완전가동은 내년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또 다른 D램업체들이 연내에 팹을 구축하더라도 완벽한 2만장 이상의 양산개념을 갖추려면 내년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거의 모든 D램 제조업체들이 내년 하반기까지 원가절감 효과 및 증산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300㎜ 팹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경쟁력 저하 및 상실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시장구조에 어떤 영향 미칠까=산술적으로 300㎜ 웨이퍼에서 생산 가능한 칩수는 기존 200㎜에 비해 약 2.25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공정미세화가 추가로 진행될 경우 미세화 단계별로 25∼30%의 생산량이 증대될 수 있어 D램업체들의 계획대로라면 공급은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관건은 300㎜ 팹의 수율이다. 실제 300㎜ 투자에 앞서 있는 D램업체들이라 할지라도 300㎜ 수율은 6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일럿 팹 없이 바로 양산팹을 구축한 파워칩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턱없이 낮은 수율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께면 300㎜ 선투자 업체들의 수율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고 여기에 양산까지 이뤄질 경우 시장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300㎜ 팹이 향후 1년간은 낮은 수율과 시행착오, 막대한 초기투자 비용 등으로 수급상황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크게 달라져 시장은 물론 제조업체의 서열을 뒤바꿀 만큼의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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