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와 로또, 결코 닮아서는 안되는 것들이지만 닮은 점이 너무 많다. 대박의 꿈을 쫓아 시골 촌부들까지 쌈짓돈을 꺼낸게 그렇고, 1등 당첨자에 대한 시기와 질투, 왠지 동참하지 않으면 뒤지는 것 같은 느낌도 그렇다. 물론 광풍 뒤에 몰려오는 허탈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닮은 점은 그 열매를 거두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로또복권의 최대 수혜자는 1등 당첨자가 아니고 국민은행과 정부라고 말한다. 심지어 로또는 서민들 주머니를 터는 또다른 세금이라고까지 말한다.
벤처도 그랬다. 벤처열풍은 순박하게만 살아온 산간 벽지의 시골 농부가 소 판돈을 들고 증권사 객장을 찾게 만들었고 심지어 코스닥에 등록될 가능성이 0%에 가까운 회사에도 엔젤이라는 명목으로 돈이 몰렸다.
물론 대한민국은 IMF라는 터널을 벤처열풍에 기반한 신산업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무사히 지날 수 있었다. 그러나 광풍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던 그 벤처 붐의 열매를 따 먹은 사람이 과연 누구였나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 수혜자는 밤새워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발바닥에 땀나도록 물건을 팔러다닌 사람도, 쌈짓돈을 모아 투자한 이들도 아니었다. 그 열매는 사채시장의 큰 손, 증권사를 포함한 기관, 타락한 기업인, 부도덕한 정치인들 일부가 나눠 가졌을 뿐이다.
이런 결과는 결국 벤처산업을 현재와 같은 빙하기로 몰아 넣었다.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지 못하는 벤처업계에는 더 이상 인재도, 돈도, 열정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벤처와 로또의 차이점은 대박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이 깃들여졌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그러나 노력해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벤처는 로또만도 못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출범을 앞두고 벤처를 여전히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디지털경제부·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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