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스포츠 이벤트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이 지난달 27일 인구 120만명의 항구도시 샌디에이고에서 열렸습니다. 사상 최고의 맞대결로 꼽힌 이번 슈퍼볼의 암표 가격이 2000달러까지 치솟았을 정도였으며 오클랜드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는 세계 166개국에 생중계돼 8억명이 시청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역동적인 경기보다 기자의 눈을 더 끈 것은 스타디움 중앙의 대형 전광판이었습니다. 6만5000명이 환호하는 경기장의 중심에는 영문으로 ‘Qualcomm’이라는 글자가 크게 표시돼 있었기 때문이죠.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퀄컴은 지난 97년 1800만달러의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스타디움의 이름을 잭머피스타디움에서 퀄컴스타디움으로 개명했습니다. 지난 67년 개장한 퀄컴스타디움은 본래 야구장으로 미국인의 자부심이 대단한 곳이기도 합니다. 박찬호와 김병현 선수도 이곳에서 샌디에이고 파트레스와 경기를 치르기도 하죠.
퀄컴은 한국의 CDMA 신화의 최대 수혜자입니다.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CDMA를 채택하면서 CDMA 칩에 관한 독점 기술을 보유한 퀄컴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CDMA 원천기술 사용료로 퀄컴에 매출의 5.25∼6.50%에 이르는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가격을 100원이라 쳤을 때 퀄컴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대략 5.5원 정도라고 합니다. 최근 5년간 한국 기업이 퀄컴에 가져다 준 로열티만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인이 그토록 자부심을 느끼는 샌디에이고의 퀄컴스타디움도 따지고 보면 한국인의 주머니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퀄컴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미국 정부에 헌납, 애국하는 기업으로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있습니다. 반면 엄청난 로열티에 시달리는 상당수 국내 업체들은 10%의 이익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죠.
지금 이동통신 환경은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처럼 두 손 놓고 있다가는 유럽이나 일본에 또다른 ‘한국발 스타디움’이 들어설지도 모를 일입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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