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첫해로 중국 경제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기회와 도전’이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무엇보다 외국 업체들의 활발한 중국 진출이 주목을 끌었다. 이런 가운데 외국 가전업체들의 중국 투자도 활발했다. 소니·마쓰시타·도시바·샤프·히타치·산요 등 일본 업체들이 중국 투자규모를 늘렸고 한국 업체로는 LG가 베이징 중심가에 높이 140m의 ‘쌍둥이 빌딩’을 건설했고 삼성도 중국에 기지를 구축했다.
외국 가전업체들의 이같은 중국 시장 대거 진입은 중국 토종 가전업체들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했다. 하이얼의 장루이민 총재는 “중국 업체들은 강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경쟁이라는 먹이사슬에서 최하층으로 전락, ‘약육강식’이라는 시장원리의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지난해 중국 가전업계에서 두드러진 사건으로는 11월에 있었던 샤화컬러TV그룹의 영국 진출을 들 수 있다. 비록 컬러TV 수출규모가 1600대에 불과했지만 15년 만에 중국 TV업체들이 유럽 시장에 다시 상륙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비록 유럽연합(EU)에서 중국에 허용한 쿼터가 40만대에 불과하지만 유럽 시장 재상륙은 중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WTO 가입 후 선진국들은 보호수단의 중심을 기술장벽에 두어 중국의 진출을 제한했다. 때문에 중국 가전업체들이 세계시장에 진입하자면 이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하이얼은 냉장고를 구미 시장에 판매해 호평을 받음으로써 다른 중국 업체들의 모범이 됐다.
WTO 가입과 함께 특허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수출용 DVD 제품은 외국 업체들에 1대당 10달러에 달하는 특허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는 중국산 DVD의 원가를 상승시켜 심각한 경쟁력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 톰슨도 중국 컬러TV 업체들이 유럽 시장에 제품을 수출할 경우 특허사용료를 지불할 것을 요구했고 특히 미국 퀄컴은 CDMA 휴대폰 업체들에 특허사용료 외에 진입비용 및 기술사용료, 판매로열티까지 요청했다. 최근 2년 동안 샤신·TCL·캉자 등 중국 토종 휴대폰 업체들이 급팽창한 휴대폰 시장에서 상당한 실적을 올리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있어 지금 시점에서 톰슨과 퀄컴의 계획이 실행된다면 중국 토종업체들은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한편 중국 가전 유통시장은 궈메이·수닝 두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데 지난 10월 19일 중융퉁타이라는 대형 가전 판매업체가 설립되면서 시장구조가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 중융퉁타이는 처음부터 28억위안이라는 거액을 투입해 자사 이미지 수립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본래 중융퉁타이는 지방 가전시장을 독점하던 판매업체들의 집합체다.
중융퉁타이는 궈메이 및 수닝과 시스템은 다르지만 각 판매업체들이 보유한 우위분야를 활용키로 했다. 이 업체는 제조업체들로부터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판매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을 통한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면에서 중융퉁타이는 지방 가전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궈메이나 수닝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시장을 과점하던 궈메이와 수닝도 단독으로 중융퉁타이와 맞서기에는 힘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 상호 연합해 대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형 가전판매 업체들의 이같은 출혈판매 전략은 기존의 백화점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 백화점들로 하여금 컬러TV·냉장고·세탁기 등 대중화된 가전제품 판매 분야에서 손을 떼고 고급 가전제품과 소형 가전제품 판매에 주력하도록 만들었다.
판매업체간 경쟁뿐 아니라 제조업체들간 가격전쟁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다년간 가격전쟁을 거치면서 제조업체들의 이윤은 최저치를 기록해 거의 없거나 마이너스로 치닫고 있다. 예컨대 중국 컬러TV 업계 선두주자인 창훙은 수백만대의 컬러TV를 판매했지만 이윤은 외국산 제품 몇 십만대를 판매한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중국 토종 가전업체들은 고급 제품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게 된 것이다.
컬러TV 경우 창훙은 빔프로젝트에, TCL·촹웨이는 PDP TV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응해 외국 업체들은 가격 하락으로 맞서고 있다. LG와 삼성은 PDP TV 가격을 대폭 인하, 1년 전만해도 10만위안을 상회하던 PDP TV가격을 5만위안 이하로 떨어뜨렸다.
액정TV 제조업체는 크기와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중국 토종 컬러TV업체인 상광뎬(SVA)과 캉자는 40인치 액정TV를 제작하고 있고 샤화 등은 오는 2005년 디지털 위성전송 개시를 계기로 디지털 전략 수립을 서두르고 있어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올해 고급 TV의 판매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의 권위적인 자산평가기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489억위안의 하이얼이 중국 브랜드제품 1위 업체로 떠올랐고 창훙과 TCL은 각각 3위와 7위를 차지했다. 또 유럽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하이얼의 가전제품은 시장점유율 5위였으며 이 가운데 냉장고는 1위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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