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삼성전자 사장(51·사진)과 홍봉철 전자랜드21 사장(48·사진)이 1주일 일정으로 해외출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과 전자랜드측에서는 단순한 ‘외유’라고 일축하는 데 반해 업계에서는 공동으로 새로운 사업을 논의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측은 “진대제 사장이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필리핀·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장 현지조사를 위해 지난 3일 해외출장을 떠났으며 홍봉철 사장이 동행한 것으로 안다”고 5일 밝혔다. 전자랜드측도 “홍 사장이 진 사장과 함께 일주일 일정으로 출장길에 나섰으며 비즈니스가 목적이기보다는 평소 친분이 있어 같이 가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과 전자랜드는 “두 사람이 평소 가까워 우연히 동행한 것 뿐”이라고 쉬쉬하지만 연초에, 그것도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와 유통업체 대표가 함께 해외에 나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전자랜드는 설립 때부터 메이커 중에서는 삼성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메이커별로 봤을 때 하이마트와 테크노마트는 삼성과 LG의 판매비율이 절반씩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전자랜드는 6 대 4 정도로 삼성 제품이 압도적으로 높다.
두 사람의 친분 역시 진 사장이 미국 현지 법인장으로 있을 때 홍 사장이 전자랜드를 설립하기 전인 고려상사 미국 현지 주재원 시절부터 친분을 맺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도 이번 동행 출장이 비즈니스 만남 쪽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두 회사의 사업방향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통회사인 전자랜드는 사실 진 사장이 총괄하는 디지털미디어 부문보다는 이현봉 신임 사장 관할인 국내영업 부문과 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두 사람의 미팅과 관련, 마케팅이나 영업강화 목적보다는 새로운 사업을 위한 사전모임이라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디지털미디어사업부는 크게 디지털TV 등 영상(AV)기기, PC·노트북 등 컴퓨팅, 디지털 컨버전스와 같은 뉴비즈니스 등 3개 영역을 책임지고 있다. 진 사장은 연초부터 특히 디지털 컨버전스를 비롯한 새로운 비즈니스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전자랜드도 지난 88년부터 전자양판점 모델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하이마트와 테크노마트 등 경쟁업체와 메이커의 대리점 및 전속점에 밀려 고전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 온 상황이다. 최근 매장을 대형화하고 랜드시네마 등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와 유통간의 결합’에 기반을 둔 새로운 공동사업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자랜드의 유통·서비스 노하우와 삼성의 기술력을 결합한다면 개척할 수 있는 뉴비즈니스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컨버전스와 홈네트워킹 등 신규사업은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마케팅과 소비자의 최종 접점인 유통업체의 도움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게다가 최근 기술이나 연구개발보다는 마케팅 비중이 날로 커지면서 시장의 주도권이 점차 유통업체로 넘어가는 상황이다.
진 사장과 홍 사장의 이례적인 신년 만남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업계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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