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쌀쌀하지만 더 없이 청명한 21일 오후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 대강당을 찾았다. 육중한 강당 문을 열고 들어가니 무대 위에서는 네명의 연주자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습에 열심이다. 이 중에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며 단원들에게 말을 건네는 이가 눈에 띈다. 이 낯익은 얼굴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나라의 대표 지휘자 금난새.
금난새씨는 최근 클래식 공연 DVD로는 국내 1호인 ‘굿모닝 클래식’ 제작에 참여했다. 굿모닝 클래식 DVD는 금난새씨가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호암아트홀에서 총 6회에 걸쳐 진행한 동명의 공연을 DVD에 담은 것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한 클래식 공연 DVD다.
“이번 DVD 작품에 만족하느냐”는 첫번째 질문에 그는 “예술가에게 있어 완벽한 만족이란 있을 수 없죠. 하지만 처음 시도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며 환하게 웃는다. 또 막상 만들고 나니 DVD가 이런 것인 줄 알았더라면 준비를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움도 남는단다.
그러나 굿모닝 클래식은 원재료가 좋아서인지 아주 짜임새 있게 만든 DVD타이틀로 손색이 없다. 하이든·로시니·쇼스타코비치 등 쟁쟁한 작곡가들의 작품에 대한 연주도 연주지만 지휘자가 직접 관객들에게 알기 쉬운 해설을 곁들인 부분이나 공연 후 관객과의 식사 인터뷰 등은 음악과 영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DVD의 장점을 고스란히 포함하고 있다.
문득 그가 어떻게 DVD에 관심을 가졌을까 궁금해졌다. “공연 자체는 단 몇번으로 끝나는 행사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DVD와 만나면 그 모습과 감동이 영구적으로 보존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역사적 기록이 되는 것이죠.’ 특히 해외에서는 이미 수백년 전부터 음악을 기록하고 인쇄하는 저장술이 발달해 모든 것을 역사로 남긴 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 너무나 취약해 안타깝기만 했다고 한다.
그는 이미 유러시안필하모니 창립 당시부터 모든 공연을 핸디캠으로 담는 작업을 3년째 하고 있다. 비디오 테이프 개수만 해도 200개 이상. 이럴 정도니 그가 DVD라는 매체와 만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여기에는 그의 어쩔 수 없는 프런티어 기질도 작용했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꼭 첫번째가 되거든요.” 10여년 전 국내 클래식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CD라는 매체에 관심을 갖고 작업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시도를 할 계획이다. 독창적인 클래식 해설서를 책으로 출판하기도 하고, 또 앞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마다 이를 영상화시켜 DVD로 제작할 계획도 있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중국(4월)과 미국(10월), 동티모르(9월) 등으로 현지공연도 떠난다. 듣고 있노라니 그의 클래식 DVD가 외국 어느 가정의 홈시어터에서 흘러나올 날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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