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은 우리에게 그림의 떡.’
사상 최대의 매출과 순익을 달성한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한껏 들떠 있다. 하지만 반도체 및 평판디스플레이(FPD) 장비업계와 재료업계는 공급단가 협상을 앞두고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기로 기록된 2000년은 물론이고 극심한 반도체산업 불황으로 심각한 경영위기에까지 봉착했던 장비 및 재료업체들은 삼성전자를 상대하며 매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공급단가 인하를 실시해왔다.
경쟁업체가 장기간의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반도체부문에서 나름대로의 특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흑자를 유지하는 저력을 과시하면서도 연초에 실시되는 공급단가 협상에서는 산업의 불황실성의 이유를 들어 가격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수요업체에 비해 공급업체가 지나치게 많은 업계의 현실상 동종업체간 경쟁에 따라 공급업체가 단가를 인하하는 경우도 있으나 최근 수년 동안의 가격인하에는 공급업체의 자율보다는 수요업체의 요구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장비 및 재료업체들은 최근 수년 동안 지속된 가격인하 추이가 올해에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께부터 반도체경기가 살아난다고는 하지만 반도체부문에서 대규모 수요업체는 여전히 삼성전자 한곳 뿐이어서 수급과 관련된 상황은 예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부문에서만 약 12조8053억원의 매출과 3조817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금액이나 이익률면에서 업계 최고를 기록했지만 정작 불황기 고통분담에 동참한 장비 및 재료업체들에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장비업계는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신장비로 부가가치를 높여 가격인하로 인한 부가가치 절하를 만회해보려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는 않다”며 “고통분담에 동참한 업체들에 이익공유까지는 아니더라도 추가적인 가격인하 요구만이라도 없었으면 하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장비소요 부품을 공급하는 한 업체의 사장도 “지난해까지 소자업체에 교체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견적서의 단가란에 금액을 적지 않은 채 비워두고 나오는 일이 반복됐지만 이같은 관행이 올들어 개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사상 최대의 이익이 협력업체에 대한 관심으로 표현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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