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도경선 토브12 사장

 ‘현상유지는 퇴보를 의미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 사진 기술도 발전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는 디지털 전문 스튜디오 ‘토브12’ 도경선 사장(42). 그는 앞서가는 아이디어와 일본어 실력을 무기로 광고사진업계에선 제품 사진 촬영의 최고 실력가로 꼽힌다.

 때때로 웬 만한 기술자 못지 않은 컴퓨터 실력으로 클라이언트를 놀라게 하는가 하면 후진 양성을 위해 매달 일본 디지털 카메라 전문가를 초빙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에 힘을 기울인다. 창작과 기술이 맞물려야 하는 사진작업의 특성상 ‘사진도 많이 알아야 잘 찍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도 사장이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86년 일본 도쿄사진전문대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가부라기 스튜디오에서 근무하던 때부터다. 일본에서는 80년대 후반에 당시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한 합성사진이 광고계에서 한창 붐을 이루고 있었는데 사진과 컴퓨터그래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깨달았다. 그는 본격적으로 컴퓨터 책을 사다 놓고 컴퓨터 공부를 시작했다. 컴퓨터의 중요성과 맞닿아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욕심도 늘어갔다. 도 사장은 디지털 카메라에 관한 서적들을 탐독하고 일본 대형 스튜디오에서 경험을 쌓은 후 귀국한다. 그후 광고대행사에서 2년여간 근무하기도 했다.

 도 사장은 어려서부터 카메라에 익숙해 있었다. 중학생 때 아버지가 외국 출장을 다녀오시며 사오신 캐논 카메라 풀세트에 마음을 뺏겨 앵글 안에 풍경들을 담기 시작했다. 이후 중·고등학생 시절 가족, 동네 풍경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사진여행을 다니기 일쑤였다.

 일출사진을 찍으러 성산일출봉을 오르던 어느 날은 커다란 카메라 가방을 보고 한 제주 주민이 이 겨울에 아이스크림이 팔리느냐고 묻는 통에 당황한 적도 있었단다. 모두 즐겁고 소중한 기억들이다. 이런 그가 최근에는 ‘한국의 미’를 담은 디지털 사진 라이브러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조차 해외에 판권 사용료를 내고 이용해야 하는 현실을 너무 안타깝게 느꼈기 때문이다.

 “2만여 장의 국내 풍경, 문화재, 예술품 등의 사진을 보유한 라이브러리를 다음달쯤이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도 사장은 흐뭇해 한다. 지금도 그는 박물관 및 대학 도서관들을 찾아 각종 사료들을 앵글에 담는 것은 물론 화가, 도예가, 한지 공예가 등 다양한 예술가들을 상대로 무료 사진 촬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라는 이름으로 차곡차곡 우리 것에 대한 기록을 만들어 가는 그에게 작은 박수를 보낸다.

 <글=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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