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새해 IT경기 전망

◆금기현 논설위원 khkum@etnews.co.kr

 

 얼마 전 컴퓨터업체 사장 몇 명과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 얘기가 흘러 올해 경기전망에 와서는 모두가 푸념으로 일관됐다.

 “올해 경기는 지난해 못지않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부를 비롯해 경제연구소들이 새해 경기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긴 하지만 실물경기는 지난해에 비해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아요. 오히려 더욱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어느 중소컴퓨터업체 사장의 말이다.

 컴퓨터 주변기기를 생산하는 업체 사장이 말을 이었다. “지난해 PC경기의 부진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난해 매출실적은 전년도의 절반 정도밖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예년에 20% 이상의 매출신장을 이룩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큰 어려움을 겪은 셈이지요. 올해도 이보다 더 나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컴퓨터업체 사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물론 수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올해도 해외시장 개척에 경영력을 집중할 계획이지만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제전망이 불투명하고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 발발 가능성 등으로 수출전망도 여의치 않은 실정입니다.”

 그는 이도 저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사업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했다.

 이것은 경기변화에 민감한 컴퓨터업체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최근 발표한 올해 IT경기 전망은 ‘낙관’ 일색이다. 산업자원부는 ‘주요 업종 2003년 전망’을 통해 정보통신과 반도체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정보통신의 경우 IMT2000의 상용화 추진에 따른 관련장비 수요유발과 신흥시장 개척 같은 수출다변화 노력 등에 힘입어 내수는 5.8%, 수출은 13.4%로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의 경우도 상반기 중 D램업계의 주력상품 전환에 의한 공급과잉이 우려되지만 세계 PC시장의 성장과 디지털가전·통신기기 등 첨단제품의 신흥수출시장 확대 등으로 생산은 31.0%, 수출은 20.3%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전망도 낙관적이다. KISDI가 최근 밝힌 2003년 국내 IT산업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정보통신산업의 전체 생산규모가 지난해 189조1000억원에서 212조3000억원으로 12.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 전망을 보면 정보통신기기의 경우 지난해 133조4000억원보다 12.3% 늘어난 149조8000억원에 이르고 정보통신서비스는 지난해 37조900억원에서 41조6000억원으로 9.8%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소프트웨어는 지난해 17조8000억원에서 17.4% 늘어난 20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산업의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괜찮은 편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400여개 SW업체를 대상으로 BSI를 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종합BSI는 114로 지난해 4분기 109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관측됐다. SW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은 다분히 정부의 정책의지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고 희망사항의 성격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경기저점 통과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적어도 국내 IT경기가 지난해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이 같은 전망은 예년에 비해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IT분야의 수출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이고, 정통부가 올해 정보화 프로젝트 예산 중 1조8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상반기 중에 집행키로 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궁극적인 IT경기 활성화는 기업의 의욕을 되살리는 데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낙관적인 경기전망 발표 못지않게 기업의 의욕을 되살리는 정책 마련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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