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터넷 거물들의 퇴진

◆국제부·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세계 최대 미디어 업체 AOL타임워너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44)의 갑작스런 퇴진 발표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촌각을 다퉈가며 그의 사임배경과 향후 세계 온라인업계의 지형변화 등 관련 소식을 바쁘게 토해내고 있다.

 지난 2001년 1월 ‘온라인 업체(AOL)와 오프라인 업체(타임워너)의 이상적 결합’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세계 언론의 중심에 섰던 그가 불과 2년 만에 물러난 것에 대해 외신들은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당연하다”는 식의 극단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전자도 대부분 “올 것이 왔다. 시간이 문제였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AOL타임워너는 투자자 및 업계 종사자의 기대에 걸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합병이 언론의 조명을 받은 것과 달리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는 낮아 주가는 폭락일로에 있었으며 매출도 보잘 것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을 속이기 위해 실적에 대한 분칠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그의 사임에 대해 외신들은 “한 시대가 갔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를 마지막으로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20세기 ‘빅3’가 모두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삐걱거리던 하수처리 업체를 IT의 힘을 빌어 21세기형 미디어·통신거물로 만들려던 비벤디유니버설의 장 마리 메시에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여름 사퇴했고 비슷한 시기 인터넷 신봉자인 베르텔스만의 토머스 미델호프 CEO도 퇴임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제 말만 떠들썩한 인터넷의 시대는 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물론 사실이 아니다. 지난해 말 우리가 실감했던 것처럼 인터넷은 이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일상생활 전반에 파고들 만큼 파고 들었다. 케이스 회장의 퇴진은 오히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사업의 프레임워크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이들 3인은 자리를 내주었을 뿐 업계를 떠난 것도 아니며 따라서 다시 화려하게 컴백할 여지는 충분하다. ‘갈 사람은 갔지만’ 새로운 인물들이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우고 있으며 인터넷 업계도 제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케이스 회장의 발표를 지켜보며 경계해야 할 것은 그의 퇴진을 인터넷 업계의 침체와 동일시하는 목소리들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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