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거래중단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반도체장비업체들이 연내에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재작년 8월 내부감사 및 협력업체 감사를 실시한 후 문제점이 드러난 일부 장비업체에 대해 거래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론 그동안 삼성전자는 협력업체 감사를 실시한 후 결격업체에 거래중단 사실을 공식적으로 통보한 적은 없다. 하지만 감사 이후 떠도는 거래 중단 관련 루머와 실제 주문중단 사례를 종합해보면 루머가 사실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실제 지난번 협력업체 감사에서 지적된 반도체장비업체는 코스닥에 등록된 C사와 J사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 업체는 삼성전자와의 거래중단 루머가 나돈 이후 지난 한해 동안 삼성전자 관련 매출을 거의 올리지 못했다.
C사는 지난해 3월 반도체 전공정용 주변장비로 5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을 제외하고는 추가 수주를 받지 못했다. 또 예년 전체 매출 중 삼성전자 관련 매출이 연간 29∼53%에 달했던 J사는 지난해 삼성전자와의 거래실적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에 사상 최대 규모의 설비투자에 나설 예정이어서 최근 2년 동안 수주 기근에 시달려온 이들 장비업체는 삼성전자의 ‘해금(解禁)’을 목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최근 몇년 동안 경영불안으로 인해 설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현실에서 유일한 대형 내수업체인 삼성전자를 달래지 않고서는 매출성장을 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례로 비춰 볼 때 삼성전자의 눈밖에 났던 장비업체들은 대표이사를 참신한 인물로 바꾸는 동시에 회사 이름도 새 이름으로 변경하는 방법으로 관계회복을 모색했고 그 성의가 받아들여져 관계가 정상화된 업체들도 있다.
이를 참조해 C사는 최근 대표이사와 사명을 변경하는 한편 전임 대표는 이사직도 함께 사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J사는 300㎜용 반도체 전공정장비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5세대용 TFT LCD 제조용 전공정장비 등을 갖추고 ‘재신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장비 국산화가 곧 외산장비 도입가격 인하를 가져오고 이를 통해 절감된 생산비는 국제 경쟁력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삼성전자가 연내에 이들 업체를 ‘재기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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