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세계 IT산업](5)노키아 하강 변곡점

사진; 핀란드의 자존심(?), 노키아 휴대폰. 핀란드의 키모 사시 교통통신부 장관이 최근 노키아가 개발한 카메라 휴대폰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고 있다.

 그동안 성장 커브를 타던 노키아가 이제 하강 커브를 탄 것일까. 그렇다면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의 독주는 끝나는 것 아닐까.

 최근 휴대폰 시장에는 이같은 추측이 가능한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 휴대폰 왕국을 건설, 성장 신화를 만들어 갔던 핀란드의 노키아가 최근 들면서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금융 전문지 배런스는 지난해 12월 노키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31∼32%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는 노키아의 지난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인 35∼37%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것. 물론 그렇다고 해도 2위인 모토로라의 14%선과 비교하면 아직은 독보적이다.

 그러나 노키아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들은 지난 연말에 시장 점유율이 줄어든 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들이 가장 먼저 근거로 드는 것이 새로운 경쟁업체들의 출현이다. 지난해부터 스웨덴의 에릭슨과 미국 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통신 장비 업체들이 수만건에 달하는 휴대폰 관련 특허를 판매하기 시작한 후 대만과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정보기술(IT) 관련 업체들이 무더기로 휴대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벤큐와 아리마컴퓨터 등 대만 업체들은 올해 약 6000만대의 휴대폰을 전세계 시장에 공급,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단숨에 14%대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또 최근 중국에서도 TCL을 비롯해 닝보버드, 차이나케지안 등의 IT 업체들이 속속 휴대폰 시장에 새롭게 진출해 내수를 기반으로 휴대폰 생산물량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가트너그룹을 비롯한 IT컨설팅 회사들은 대만과 중국 같은 개발도상국 업체들이 아직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 해외 메이저 업체들의 상표를 붙여 자국 또는 외국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에 제품을 공급하는 OEM 수출에 만족해하고 있지만, 과거 PC와 노트북컴퓨터의 경우처럼 곧 세계 휴대폰 시장의 주요 공급기지로 등장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노키아의 더욱 큰 고민은 수익률의 하락이다. 노키아는 지난해 3분기까지 총 매출액 210억유로(약 26조400억원)에 경상이익 38억유로(4조7120억원), 순이익 27억유로(3조3480억원)를 각각 올렸다. 그러나 과거 소수 업체들이 나눠 가졌던 휴대폰 시장은 이제 많은 업체들이 달려들어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수익성 저하는 마케팅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또 컬러디스플레이와 카메라를 장착한 휴대폰 등 소매가격이 200∼300달러대의 고부가가치 제품 분야에서는 노키아가 삼성전자 등 한국과 산요 등 일본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카메라 휴대폰 분야를 보면 현재 약 1000만대로 추산되는 일본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 산요가 최근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예상 밖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 미국 이통 시장에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컬러휴대폰을 공급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삼성전자와 2위 업체 모토로라의 추격전도 결코 만만히 볼 것이 아니다. 특히 모토로라는 최근 중국 시장 점유율 30%선을 돌파하면서 노키아(25%)를 따돌리고 휴대폰 1위 업체로 올라선 데 고무되어 올해 미국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노키아와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일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지난 연말에 하락한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은 일시적인 추세에 그칠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그러나 노키아는 올해를 기점으로 하강세에 돌입, 시장 점유율이 3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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