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묵 경영기획실장 kmkim@etnews.co.kr
요즘 IT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청와대 IT수석이다. 정확히 말하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대로 특보 형태의 IT수석 자리를 신설할 것인지, 또 그렇다면 그 자리에 누가 앉을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자리가 사실상 우리나라 IT정책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벌써부터 인선과 관련된 소문도 분분하다. 몇몇 장관의 경질성과 맞물려 IT특보 자리를 놓고 오랫동안 자문 역할을 해온 모 교수와 국회의원, 고위관료들이 대기상태라는 입방아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상황은 낙관적인 것만 같지 않다. 요즘 정권인수위 활동을 보면 IT업계의 일방적인 바람으로만 끝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10대 국정과제만 봐도 정책 우선순위에서 IT는 비껴나 있는 느낌이다. 10대 안제다안에 IT라는 단어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도 그렇고 인수위원 가운데 IT전문가가 극소수라는 점도 걱정된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타분야에 비해 IT부문이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 적기 때문이라는 역설적인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보다 “IT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권력 측근의 주장이 10대 국정과제 선정의 진정한 배경을 읽게 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IT를 간과해서는 안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노 정권이 줄곧 주창해온 화두는 개혁과 경제다.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유일한 툴은 IT다. 이미 IT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은 각종 지표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GDP에서 차지하는 IT산업의 비중은 15%에 달하고,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도 무려 30%에 가까운 몫을 혼자서 해내고 있다. 수단으로서의 국가엔진 역할은 물론 경쟁력있는 산업으로서의 자리매김 역시 무시못할 수준에 와 있는 것이다. 당초 7%대의 경제성장을 공언한 노무현 당선자가 최근 슬그머니 경제성장률을 내려잡는 것과 10대 국정과제에서 IT를 홀대한 시점이 묘하게 겹치고 있다는 것도 사시를 갖고 보면 우려되는 대목이다.
우리는 지금 급속한 정보혁명을 겪고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의 수단에 불과하던 IT는 이제 정보화로 업그레이드되면서 투명성과 프로세서 혁신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IT는 이제 산업과 사회 전반을 투명하고 경쟁력있게 만드는 개혁을 스스로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개혁이 IT에서 출발해야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 도외시한 채 또다시 구태의 정치 우선 논리를 앞세워 IT혁명을 주저앉혀 버린다면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다. IT수석 신설은 바로 이 같은 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로서의 중요성은 물론 실질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또 사회 곳곳에 개혁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여러 부처에서 쏟아지는 IT관련 정책들을 조율할 IT수석의 필요성은 이미 선거기간에 검증을 거친 사안이다. 국가 대계를 보고 비전을 제시할 만한 혜안을 갖춘 IT수석만이 전통산업과 신산업, 정보를 가진 자와 못가진 자들의 격차를 줄이면서 디지털시대의 강국으로 우리나라를 끌어올릴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다.
더이상 노무현 당선자가 인터넷 등 21세기 정보사회가 만들어준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개혁과 경제를 동시에 담보할 IT수석 신설 공약이 대통령 당선자의 첫 허언이 돼서도 안된다. 디지털사회에 걸맞은 변화와 개혁을 노무현 정권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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