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세계 IT산업](3)대만은 없다

사진; 저임금을 앞세운 중국의 급부상으로 대만의 정보기술(IT) 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대만에서 열린 컴퓨터 관련 전시회인 컴퓨텍스 참관객들이 중국현지에서 생산된 대만 컴퓨터를 들여다 보고 있다.

 중소기업 왕국 대만이 흔들리고 있다.

 발빠른 의사결정과 싼 인건비로 무장한 중소기업을 앞세워 전세계 컴퓨터 산업의 제조 백본 역할을 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대만이 바로 이웃한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만 정보공업협회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대만이 그동안 경쟁우위를 갖고 있던 정보기술(IT) 제조분야의 주도권은 이미 중국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지난해 상반기 대만 기업이 생산한 데스크톱형 PC 중 대만산 비중은 15%에 불과한데 비해 중국산은 55%에 달해 절반을 넘어섰다. 주기판의 경우도 대만산과 중국산 비중이 각각 39%와 60%, LCD는 각각 29%와 61%로 노트북PC를 제외한 IT 관련 제품의 중국산 비중이 모두 대만산 비중을 넘어섰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대중투자 붐의 영향으로 지난해 1∼7월까지 대만에 대한 해외 직접투자(허가 기준)는 전년 동기대비 47% 감소하는 등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이에 비해 대만의 자금은 중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1∼11월까지 대만은 중국에 34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35% 늘어난 것으로 이중 전자·전기 제조 분야의 비중은 전체 투자의 30%에 달한다.

 이에 따라 대만 내에서는 산업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그동안의 중소기업 위주 산업 육성책 때문에 에이서나 비아 등 소수의 기업을 제외하면 하도급 수준을 벗어나 국제적인 브랜드를 갖춘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한때 전세계적 주목을 받던 기업 육성책이 대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대만은 내수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EE타임스는 최근 보도를 통해 대만 업계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 산업 기반을 단순 제조에서 디자인 등의 서비스로 성공적으로 전환시킨 국가의 뒤를 밟으려 했으나 내수 시장이 작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내수 시장이 워낙 취약하다보니 해외 시장에 충분히 검증된 제품을 내놓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EE타임스는 수년전 대만 최대 컴퓨터 업체인 에이서가 미국에 진출했다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하고 결국 철수했던 것을 사례로 꼽았다.

 물론 대만 업계도 중국이 제조 백본의 자리를 꿰차는 동안 자국을 글로벌 디자인 센터로 탈바꿈시켜 위기를 타개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실제 최근 수개월간 대만의 에이서, 전자수탁생산업체(EMS)인 혼하이, 칩 설계업체 비아테크놀로지 등 십여개 IT 업체들이 휴렛패커드(HP), 델컴퓨터,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등과 손잡고 제품 디자인 센터를 열었거나 열 계획이다.

 대만 업계는 중국 문화에 친숙하다는 점을 활용해 취약한 내수 기반을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미디어텍과 비아는 자사 통신 제품의 주 고객층을 중국의 휴대폰 제조업체들로 삼고 있다.

 그러나 대만 업계의 위기 타개책에는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대만이 세계적인 디자인센터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해외의 우수 인력을 대거 유치해야 하지만 대만의 주거환경은 싱가포르, 상하이 등 경쟁국가나 도시에 비해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대만 학생들이 유학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시스템 디자인 분야에 필수적인 글로벌 비전을 갖춘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의문은 대만이 제조 백본을 대거 해외로 내보낸 이후에도 꾸준한 성장을 담보할 자원과 자금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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