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선조들의 지혜와 기술

◆오광근 쎌앤젠 사장 okk1209@cellngen.com

 몇해 전부터 주부들의 화제거리로 등장한 김치냉장고는 이제 우리 고유 문화와 서양식 냉동기술이 융합된 독특한 토종가전이 됐다. 최근 언론에 소개된 김치냉장고 관련기사를 보면 냉동실 자체를 직접 냉각하는 직냉식 김치냉장고가 올해 냉기 순환식 일반 냉장고 시장을 추월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김치냉장고의 개발은 우리 선조의 발효기술이 서양기술과 접목된 좋은 사례라 생각된다. 김치 이외에 선조의 지혜를 빌어 세계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를 생각해 본다면 ‘대두’, 즉 ‘큰 콩’을 이용한 기능성 식품을 들 수 있겠다. 콩은 단백질과 지방질의 공급원으로서 탄수화물 공급원인 쌀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 식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축산물의 섭취가 여의치 않았던 우리 전통식단은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질을 주로 콩에서 공급받았다.

 과거 동양에서는 콩이 약용으로 널리 쓰였으며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동양의 경험적 사례가 서양의 과학적 접근방법으로 설명되고 이해되어지기 시작했다. 콩의 성인병 예방과 치유효과는 그 속에 함유된 다양하고 풍부한 기능성 물질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콩 속에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기능성 성분들이 있다. 대표적인 기능성 성분으로는 식이섬유소, 올리고당, 이소플라본, 레시틴 등이 있다. 식이섬유소는 변비와 설사를 동시에 조절하는 효과가 있다. 또 대두의 올리고당은 장 건강 유지에 좋고 이소플라본은 가임기 여성과 폐경기 여성의 성호르몬을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한다. 레시틴을 섭취하면 세포막의 성분과 기능을 유지시켜 노화방지 효과가 있다.

 음식문화는 고기나 야채 등을 날로 먹는 생식단계에서 익혀먹는 요리, 그리고 삭혀먹는 발효단계로 발전해 왔다. 발효는 과학의 산물이다. 발효음식의 경우 오묘한 맛 이외에도 김치의 항암효과와 같이 인간을 이롭게 하는 다양한 기능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콩을 이용한 청국장과 된장은 우수한 발효식품이다. 콩발효 식품은 항암효과, 다이어트 효과, 성인병예방 효과, 노화방지 효과, 체력증진 효과, 건뇌 효과 등이 있다. 청국장의 경우에도 혈전용해 작용, 임산부 원기 보강, 혈전성 치매 예방, 노화방지 효과, 건뇌 효과, 허약체질 개선 효과 등을 보인다고 한다. 가까운 장수국가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의 청국장과 비슷한 낫토라는 콩발효식품이 있다.

 최근 들어 전통식품문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중에 있고 관련 기술특허도 눈에 띈다. 그러나 국내 연구개발은 1차 가공식품과 2차적인 기능성 연구에서 머물러 있다. 콩은 유용한 미래식품이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원천적인 기반기술과 과학적 뒷받침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콩의 기능성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에 있으나 이미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는 콩에 대한 활발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콩과 함께 이의 발효음식에 대한 연구개발에 매진한다면 독특한 기술축적과 경쟁력 있는 가공식품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발효 과학에 있어 우리는 선조들의 지혜와 독창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김치나 콩의 발효기술이 세계속에 뿌리내린다면 한국 문화의 전파는 물론 그들의 건강생활 개선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피자 종주국인 이탈리아에 앞서 미국이 피자의 세계적인 인지도 선점과 상업화에 성공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도 선조들의 지혜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을 서둘러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