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IT비전](2)인력 양성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전략분야별 인력수급 전망(2002~2006년)

과학기술 분야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당면한 문제는 이공계 전공자의 양적감소 및 질적저하다.

 대입수능시험에서 자연계 지원자 수는 급속히 줄고 있고 특히 의치학계열을 제외한 순수 이공계 지원자의 수준은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또 대학원 진학자도 급격히 감소해 서울대마저도 대부분의 이공계열 학과에서 대학원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전반적인 학생들의 학력저하에 따라 이공계 학생들의 수학능력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특히 교차지원에 의해 이공계 학과에 입학한 문과계열 졸업생들은 최소한의 과학지식도 부족해 대학교육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앞으로 의학, 치의학 등에서 전문대학원체제가 도입되면 우수한 이공계 대학 졸업생의 대량유출은 불을 보듯하다. 소위 명문대의 자연대, 공대 졸업생 대부분이 전국의 의학, 치의학 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할 가능성이 커 그나마 유지되던 국내 몇개 이공계 대학원도 급격히 공동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국내 대학이 교육과 연구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에 의한 대학의 교육과 연구기반 개선 △대학내, 대학간 경쟁유도를 통한 대학별 특성화 및 역할분담 유도 △우수한 인재 이공계 유입을 위한 제도적 인센티브 제공 등의 과감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또 기업 입장에서 노동집약적 기능인 수요가 감소하고 기계를 조작하고 효율화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고급기술자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인력정책을 펴야 한다.

 기업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아 지식의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한 ‘지식근로자’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기존의 교육, 특히 대학의 운영은 다분히 공급자 위주로 전개돼 왔으며 전공별 수급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산업인력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통계시스템을 구축, 장기적인 인력수급계획을 수립하고 대학이 이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정원을 책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산업계의 지적이다.

 또 인력양성에 있어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핵심인력의 양성에 우선을 둬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과학기술분야 인력수급이 갈수록 차질을 빚을 것이 자명하지만 공급위주 정책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말한다. 인력수급에 대한 정확한 예측없이 섣불리 인력만 양성한다면 이들을 받아들일 곳이 없게 되고 비록 수요가 있더라도 공급되는 인력의 질이 수요측에서 원하는 수준이 안되면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1조원을 투자해 첨단복합기술분야의 고급인력 1만명을 양성하겠다는 노 당선자의 약속은 눈여겨 볼만하다.

 이와 함께 이공계 우수인력의 해외유출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현재의 국비유학 지원정책이 재검토돼야 하며 국내 대학원에 재학중인 석박사 과정생을 우대해 국내에서 우수인력이 양성되면서 과학기술인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또 이들 중 우수인력에 대해서는 생활비와 등록금 등을 지원, 합당한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대덕연구단지 등 특정 지역을 R&D특구로 지정, 해외 우수연구시설을 유치해 우수 연구개발 인력교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국내 대학에 해외 우수인력이 유치돼 연구인력으로 활용되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밖에 퇴직한 연구인력을 활용하고 여성인력을 연구계로 끌어들여 국가적으로 자원의 낭비와 기회의 상실을 막는 근본적인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수한 인력을 이공계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지금처럼 연구자들이 홀대받는 사회에서 우수한 인력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는 사회적인 대우와 인식이 다른 전문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보수와 노후보장, 복지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는 연구성과관리(PBS)제도 개선, 연구자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보상확대, 이공계 장학금 확대, 병역대체복무 단축 등을 약속하고 있다.

 현 PBS제도는 연구원의 자존심을 크게 실추시키고 연구현장의 사기저하에 가장 심각한 요인이라는 데 노 당선자도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출연연에 안정적인 인건비를 보장하는 동시에 PBS제도는 경쟁적 방식의 인센티브 제도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재 연간 3000명인 이공계 병역대체 복무인력(전문연구요원)을 1만명 가량으로 확대하고 기간도 현재 5년에서 3∼4년으로 줄이는 노 당선자의 방안은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촉진에 한몫을 할 전망이다.

 기술고시 등 공직의 기술직 채용비율을 현 24.7%에서 최소 임용비율 할당제도를 도입, 단계적으로 높여가고 정부 3급 이상 고위직의 30%를 과학기술인으로 채운다는 목표도 실현될 경우 이공계인의 숨통을 트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는 단편적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고 국가 전반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정책노력이 중요하다. 어려운 이공계 공부를 하고도 의사나 변호사 등과 같은 전문직보다 보수나 사회적 인정이 낮고 노후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종합대책과 정부의 개선노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또 과기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도 차기 정부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선진국선 과기 기초인력 어떻게 양성하나

 정부가 그동안 다양한 인력양성 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산학연은 유능한 인재에 목말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인력을 양성해 산업계와 연구계가 정작 필요로 하는 인력에 대한 수요공급을 맞추지 못해 왔다.

 특히 산학연간 인력교류 네트워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인력이 한쪽에 편중되는 현상이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과학기술기초 인력양성에 우리와 다른 접근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새정부는 이러한 선진국들의 해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 들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이공계 기피현상은 선진국에서도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겪고 있는 문제다.

 선진국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양성 관련부처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인력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열중했다. 또 양적 인력양성보다는 창의적인 사고를 지닌 인재개발과 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정책에 중점을 뒀다.

 교육부와 노동부,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 등 여러 부처가 각 부처와 관계된 인력개발에 관여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들은 실용적인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처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95년에 교육부와 고용부를 통합해 ‘교육고용부’를 설립, 경제정책과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강화했으며 독일은 94년 교육·과학부와 기술·연구부를 통합해 미래부라 불리는 ‘교육·과학·기술·연구부’를 설치해 정책간 중복 및 연계부족의 문제를 해소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정부부처는 똑같은 인력양성사업에 2∼3개 부처가 중복투자하는 경우가 속출해 효율적인 인력양성이 되지 않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사람은 많은데 쓸 만한 인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현상은 인력수요에 대한 정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관련 데이터가 공공정보로 유통되지 않아 민간에서 인력양성 부분에 기여할 수 없는 것도 차기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다.

 미국은 SESDS(The Scientist and Engineers Statistical Data System)를 구축해 과학기술인력의 고용, 교육정도, 전공, 임금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선진국은 인력양성에서 민간의 역할이 극대화될 수 있는 자율적인 인력개발 유도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과학기술인력의 취업률 통계를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이를 공공정보로 유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빌 게이츠나 노벨상 수상자 등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인재양성도 차기 정부의 과제로 꼽힌다.

 양적 규모확대에 노력한 과거와 달리 산학연은 우수한 인력에 집중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선진국은 과학기술인력 정책을 유능한 인력에 집중 투자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미국은 3600개가 넘는 고등교육기관 중에서 연구중심으로 분류되는 200개 내외의 대학에서 과학기술 분야 박사의 90%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연구비 지원총액의 90%을 수혜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은 실무중심 대학과 연구중심 대학원으로 고등교육을 이원화하고 대학의 행정과 재정의 자율성을 강화했다.

 인력양성의 핵심기관인 대학 경쟁력 향상도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세계 대학들은 경쟁력을 높이려고 구조조정과 제휴, 연합, 합병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우리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프랑스의 INSEAD와 미국의 워튼스쿨, 미국 컬럼비아대와 런던 정경대 비즈니스 스쿨은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제휴를 맺었으며 중국은 학문의 시장화를 꾀해 대학간 인수합병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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