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IT업계의 영업실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호전됐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IT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성장엔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경제계에 드리워진 어둠의 그림자가 지워졌으면 한다.
본지가 주요 증권사의 IT기업 실적자료를 토대로 분석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다음커뮤니케이션 등 IT 관련업체의 매출 및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다. 소비심리가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가전의 보급이 확대되고 무선 인터넷이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매출(40조원) 및 순이익 규모(7조3000억원)는 지난해보다 각각 25%와 150% 증가했으며, 디지털 가전 및 휴대폰 판매가 호조를 보인 LG전자는 매출(18조4000억원)과 순이익(1조1000억원)이 각각 10%와 48%, SK텔레콤은 37%(8조5천700억원)와 50%(1조7천억원), 엔씨소프트는 24.5%(1553억원)와 406.4%(591억원)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이테크 버블붕괴와 9·11테러, 주가폭락 등 중첩된 악재로 인해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는 등 IT산업 불황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IMF 금융위기때 보여주었던 한국인의 저력과 끈기를 다시 한번 보여준 쾌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더욱 고무적인 현상은 영업실적이 일부 IT업체에 편중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도체, 통신서비스·장비, 가전·부품, 인터넷, 소프트웨어·SI, 엔터테인먼트·홈쇼핑 등 거의 모든 업종의 영업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성과를 올린 품목은 상반기에는 월드컵 특수가 한몫하고 하반기에는 디지털TV·DVD·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큰 폭으로 성장한 가전산업이다. 그동안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반도체 산업도 회복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며, 무선 인터넷이 급부상하고 크게 늘어난 단말기 수요가 시장을 견인한 통신서비스부문도 새로운 기대주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
주목되는 것은 전자상거래·온라인게임·캐릭터 판매 등 다양한 수익원을 찾아낸 인터넷업계의 약진이다. 아직 초기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의 새로운 희망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초기 투자 마무리로 인해 고정비 부담이 낮아지고 전자상거래 시장 활성화와 각 업체가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하면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등 성공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다. 규제강화 및 대통령 선거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연말 특수도 사라지면서 기대를 모았던 엔터테인먼트 부문과 소프트웨어·솔루션 그리고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점이다.
어찌됐던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 경기가 침체되고, 일본의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IT업계의 영업실적이 호전됐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02년 4분기 기업경기조사가 방증하듯 내년 전망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R&D 및 연구개발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는 등 기업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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