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김성현 전 회장의 사임으로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가 된 오헌국 넥스텔 대표(45)는 요즘 표현 그대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지난 10월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 직원들을 추스리는 한편 신규 진출을 선언한 항공부품사업을 직접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주와 투자자들을 찾아 넥스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일도 소흘히 할 수 없는 대목이다.
벤처 호황기였던 지난 2000년 코스닥에 등록했을 당시만 해도 넥스텔은 1800원에서 시작한 공모가가 불과 한 달도 못돼 30배가 넘는 6만원까지 뛰어올랐던 신화의 주인공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넥스텔 역시 피해갈 수 없는 IT경기 침체와 김성현 전회장의 비리 구설수 등 악재가 연달아 겹치면서 주가는 1000원대 미만을 맴도는 등 지난해와 올해 지독히 추운 겨울을 보냈다.
시련을 딛고 새 출발을 선언한 오헌국 사장은 앞으로 넥스텔이라는 브랜드와 주력 사업(소프트웨어)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경영 방식은 전임 대표와는 180도 다르게 가져갈 계획이다.
“책임자인 최고경영자는 한 사람이지만 회사를 경영하는 권리는 직원 모두의 것입니다. 철저히 사원 중심의 경영으로 ‘넥스텔은 내 회사’라는 인식을 직원 모두에게 심어주겠습니다.”
그는 창업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소위 ‘2세대 벤처기업가’ 반열에 서 있다.
“2세대 CEO가 할 일은 창업주의 명성이나 초창기 벤처거품처럼 부풀려진 회사 브랜드에만 의존해 온 기업을 내실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해 가는 것입니다. 2세대들은 그래서 자신을 드러내는 ‘스타형’보다는 회사의 이름을 앞세우고 정작 본인은 뒷전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배후조종형’ 스타일의 전문경영인이 많습니다. 저도 오헌국이라는 이름 석자보다는 넥스텔이라는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로 승부를 걸고 싶습니다.”
동병 상련. 그래서인지 오 사장은 김근 한글과컴퓨터 사장이나 이승일 야후코리아 대표 등 같은 2세대 경영인들과 친분이 깊다고 한다. 한글과컴퓨터와는 최근 친분관계뿐 아니라 현재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회사가 처한 환경도 그렇고, 한때 같이 벤처 신화를 일구었으며 위기를 함께 겪은 공통된 사이클을 갖고 있다는 점이 협력관계에 시너지로 작용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넥스텔은 앞으로 내재가치를 키우는 상품을 개발하는 일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솔루션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규모에 맞게 전문화된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생각입니다. 통신장비나 통신서비스는 세계적으로 앞서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일류 상품을 가진 국내기업이 없습니다. 넥스텔은 세계 최고 소프트웨어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해 보겠습니다.”
‘제 2의 벤처신화’를 꿈꾸는 오헌국 사장의 각오가 다부지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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