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아들> 야마자키 도요코 지음, 박재희 옮김, 청조사 펴냄
- 노텔네트웍스 정수진 사장(sjchung@nortelnetworks.com)
거대한 대륙의 아들, 제목이 제시하듯 의미심장한 한 남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대지의 아들’은 일본 종합상사의 활약상을 그린 ‘불모지대’로 유명해진 일본 작가 야마자키 도요코의 픽션 스토리다. 이 작가의 특색은 논픽션에 거의 근접할 정도로 사실에 가까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이 소설 ‘대지의 아들’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 한 남자를 통해 중국의 역사를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고두고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것은 한 나라의 잘못된 제도로 인해 인간이 받은 고충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모택동 시절 홍위병 시기를 거치면서 최악의 상태를 맞았다가 등소평 시절로 접어들어 자본주의가 가미되면서 삶의 질이 물적·심적으로 많은 발전을 하게 된다.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한 일본인 부부가 만주 지방에서의 생활중 한 남매를 낳게 된다. 그리고 몇 년 후 중일전쟁이 일어나면서 가족의 비극은 시작된다. 어머니는 전쟁으로 사망하게 되고 두 남매는 곧 생이별하게 된다.
그로부터 주인공 육일심(남자아이)은 파란만장한 인생길을 걷게 된다. 거리를 헤매다 어떤 교사를 만나 의붓 아버지로 모시게 되나 곧 공산당 일원이 되면서 아버지 곁을 떠나게 되고 공산당 내부에 들끓는 각종 요구와 질투, 배신을 겪으면서도 충실을 바탕으로 굳건한 삶을 추구하지만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어느 시점에는 공산당에 축출당해 몽골 근처의 지역에서 감옥살이를 하면서 인간 이하의 추악한 대우를 받으면서 오랜 세월을 지낸다. 그러다 서서히 풀려나기 시작하면서 다시 상하이로 돌아와 신 일본 제철이 가담한 최대의 제철소 건립에 참여한다.
일본에서 파견나와 책임자로 있는 사람이 자기 친 아버지라는 것도 모른 채 지내지만 어느 시점에는 이 진실이 풀려진다. 이도 잠시, 공산당 일원으로 다시 일본으로 교육차 보내지지만 일본인임을 도출시키지 못한 채 중국인으로 행세해야만 한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는 결국 본인이 일본 국적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오지만 중국인으로 남기로 결심하면서 이 장편 드라마는 막을 내리게 된다.
인간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것은 물질적인 것은 오히려 작은 부분이고 한없는 고달픔과 시련 같은 정신적인 고통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모두가 고루 잘 살게 한다는 공산주의 본래의 개념을 정반대로 벗어나 오직 한 인간의 위상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그 속에서 하부조직으로 내려 갈수록 받는 상대적 박탈감을 한없이 자아내는 그런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질투와 질시, 거짓과 꾸밈, 고통과 고해.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잔악한 모든 양상을 이 소설에서 맛보면서 가히 지옥이 따로 없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굳이 공산주의의 모순을 이야기하고 북한의 우리동포가 지금도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잘못된 사회제도가 개인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가히 드라마틱한 장편소설이다.
또한 2차대전 이후 중국인의 삶을 한 개인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지식을 더해주는 훌륭한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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