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박광성 의원 kspark@etnews.co.kr 

 오늘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책임질 16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누가 환호성을 지르고, 누가 비탄의 눈물을 흘릴지 결과는 지켜봐야 하나 시대를 꿰뚫는 통치철학과 도덕성 정치 역량·경륜을 갖춘 후보가 당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후보가 당선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비이성적인 지역주의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정당의 국정수행능력과 후보의 공약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특히 지역주의에 물들지 않은 젊은 세대가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지역주의 정치를 희석시켜 구태정치에 머물고 있는 한국 정치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다.

 되돌아보면 이번 선거전은 참으로 변화무쌍했던 것 같다.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국민경선을 통한 대통령 후보 선출이 시작에 불과했을 정도니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월드컵 열기를 등에 업고 등장한 정몽준 후보 열풍과 보수와 진보 논쟁, 그리고 정책노선이 각기 다른 당의 대통령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로 결정되는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많았다. 또 대선 레이스가 30년 만에 양강구도로 압축되면서 선거 열풍이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았다. 디지털사회로 일컬어지는 21세기에 치러지는 첫번째 대통령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포지티브 전략(차별적 통치철학·역량·정책대결 등)보다 네거티브 전략(부정·비방 등)이 난무하고 망국병인 지역주의나 연고주의도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피말리기 경쟁과도 같던 대선 레이스가 끝났다. 이제부터는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협력하고 화합해야 한다.

 잘 알다시피 새 대통령에게 5년이라는 임기는 너무도 짧은 기간이다. 당면문제 해결에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국정운영은 대통령 혼자 하는 게 아니지만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의 틀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물론 대북·대미 관계, 수백조원에 달하는 의보 재정 및 공공연기금 부족, 서민생활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가계부채, 자식을 둔 부모의 허리를 휘게 하는 교육비, 날로 거세지는 개방압력, 구조조정과 개혁 등 풀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21세기를 열어갈 새로운 아젠다 설정이라고 본다. 국경없는 경제전쟁, 세계적 패권주의, IT혁명 등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만큼 중요한 과제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통상장벽 강화, 이라크전쟁 가능성, 선진국의 경기침체 등 수출시장이 불투명하고 신용카드 및 가계대출 억제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시장도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문제도 선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의 12%,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등 한국을 먹여 살리는 최대 효자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IT와 벤처 활성화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과학기술투자 비중을 GDP의 5%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투자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과학기술자들이 대거 전직하고, 유능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우리는 치열한 지식정보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차제 연간 50조원이 넘는 준조세 성격의 회비를 걷고 있는 1200개가 넘는 관변단체(각종 정부산하단체 협회 진흥회 등)도 정리됐으면 한다. 공직에서 물러난 관료들이 몸담고 있으면서 민간경제의 참신한 창의력을 묵살하고 있는 조직만 정비돼도 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제고된다.

 그동안 희망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온 후보들에게 따듯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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