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저작권관리(DRM) 기술이 세계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표준화 주도에는 그렇지 못하고 있어 민관공동의 체계적 대응이 요구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크애니와 파수닷컴. 이들 국내 선두 DRM 업체들은 관련 세계표준화기구인 MPEG21에 표준안을 제안했거나 할 예정이었으나 기술 외적인 장벽 때문에 당초의 계획을 수정하고 우회전략을 택하기로 했다.
‘오픈 뷰어 인터페이스(Open Viewer Interface)’ 규격안을 이달 초 MPEG 표준화위원회에 공식 제출할 예정이던 파수닷컴(대표 조규곤)은 내년 5월로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ETRI와 공동 개발한 ‘오픈 뷰어 인터페이스’는 DRM 플랫폼과 임베디드 뷰어에 관계없이 애플리케이션을 상호 호환시켜 주는 소프트웨어로 콘텐츠 개발업체나 이용자에 모두 효과적이다.
또 마크애니(대표 최종욱)도 작년 12월 REL(Rights Expression Language) 부문에서 규격을 제안했으나 채택되지 못했다. 콘텐츠가드가 제안한 XRML에 흡수, 포함되는 것으로 끝났다.
이에 따라 마크애니는 표준안을 이끌기보다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주력하는 것으로 당초 계획을 수정했다. 표준으로 채택된 규격을 애플리케이션에 최대한 빨리 채택함으로써 특허료가 아니라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것.
DRM 업체들의 이같은 방향 선회는 국내 중소 벤처기업으로서 세계적인 장벽을 뚫기가 쉽지 않기 때문. 특히 MPEG과 같은 세계표준화기구의 경우 영·미권 위주로 세력이 형성돼 있어 아시아권의 신진세력 참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데다, 기술 외적인 요인도 암묵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기득권 세력이 치고 있는 울타리가 너무 높다”며 “외국의 내로라하는 기업을 우군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어느 분야에서건 국제 표준이 갖는 의미는 크다. 특허료는 차치하고라도, 그 분야 기술에 대한 주도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업체마다 표준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DRM은 디지털콘텐츠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면서 급부상하는 기술임을 감안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표준화 경쟁에서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충고는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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