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나선 SI업계](3)품질향상과 인력양성

 지난달 22일 삼성SDS는 산하 첨단소프트웨어공학센터(CASE)가 국내 처음으로 국제공인 소프트웨어 품질인증규격 CMM의 최고단계인 레벨5를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29일, 경쟁사인 포스데이타는 일부 조직이 아닌 전사 차원에서 국내 최초로 CMM 레벨4를 인증받았다며 대규모 설명회를 개최했다.

 일주일 간격으로 각기 CMM 인증 관련 ‘국내 최초’ 타이틀을 내건 두 업체는 누가 과연 국내 최고의 IT서비스 품질을 갖췄느냐를 두고 결국 웃지 못할 신경전을 벌였다.

 CMM(Capability Maturity Model)이란 지난 91년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개발능력 인증시스템으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토익(TOEIC) 증명서’라고도 불리운다. 직원을 채용하려는 기업이 권위있는 공인기관이 발급한 영어 성적평가(토익)를 전형에 반영하듯 CMM도 사업을 발주하는 기관 또는 업체가 사업에 참여한 소프트웨어업체들의 능력을 파악하는 객관적인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기체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CMM 인증을 획득하려고 하는 것도 이 인증이 바로 해외에서 업체들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작용하는 이유에서다. 삼성SDS와 포스데이타간 CMM을 둘러싼 품질 논쟁은 그래서 한편으로는 SI업체들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비로소 국제 수준에 걸맞은 외양 갖추기에 신경쓰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반가운 일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SI기업들의 ‘품질 성적표’는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중하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다.

 CMM인증을 주관하는 카네기멜론대학 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http://www.sei.cmu.edu)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CMM 레벨5와 레벨4를 획득한 조직 또는 업체 수는 모두 146개.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과 인도에 본사를 둔 업체가 압도적인 성적으로 세계 시장의 과반수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146개 조직 가운데 한 업체에서 여러 개의 조직이 CMM레벨을 획득한 경우를 감안하더라고 SI업체의 수준은 그야말로 ‘초심자’ 단계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SI업계에 부족한 것은 CMM레벨뿐 아니다. 품질관리 못지 않게 지적되는 것이 바로 자질있는 인력의 수급 문제다.

 SI산업은 말 그대로 ‘사람장사’다. 즉 사람에 대한 투자가 SI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특히 인건비가 가격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인력 수준이 사업 성패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I업체가 수주하는 프로젝트의 평균 수익률을 5∼7% 미만대로 보면 인건비 대비 수익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결국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느냐의 관건이 된다. 업체간 인건비 대비 수익률 싸움, 즉 똑같은 수의 인력을 투입했을 때 누가 더 큰 효과를 거두느냐의 경쟁은 인력의 질적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업계 스스로도 국내 SI업체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가 양성에 소홀하다는 점을 손꼽는다.

 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인원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수의 프로젝트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계열사 시스템관리(SM)에 상당수의 인력을 투입하는 일부 대형 SI업체를 제외하고 국내 20대 SI업체에 해당하는 업체들은 평균 1000명도 안되는 인원으로 1년에 수백개의 프로젝트에 마구잡이로 참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한 사람이 두세 가지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지난해 업계에서 한 프로젝트의 제안설명회를 위해 전문 프레젠테이터를 임시로 투입한 뒤 그 사업을 수주하면 그때서야 프로젝트 매니저(PM)를 교체하는 관행이 만연하자 급기야는 발주처에서 ‘지정된 프로젝트매니저가 직접 제안설명을 할 것’을 필수조건으로 명시해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전례도 있다.

 포스데이타의 신경래 전무는 “확률게임 형태의 무분별한 사업제안보다는 사업수행 능력, 품질관리, 보유기술, 인력 등 종합적인 소양을 갖출 수 있는 꾸준한 투자로 업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SDS의 박준성 상무는 “국내 SI업체가 세계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R&D 투자비율을 높이고 인재양성을 위한 과감한 지원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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