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음반사가 설립한 온라인 음악 벤처 중 하나인 뮤직넷의 최고경영자(CEO) 앨런 맥글레이드는 미 뉴욕의 본사로 가는 길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맥도널드 식당’이라는 작은 간판을 지나칠 때면 느끼는 것이 많다.
지난 1년 동안 뉴욕의 이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유료 고객수는 모든 회원제 온라인 음악 서비스 이용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맥글레이드 CEO는 사무실에 돌아와 “사무실 밖 타임광장으로 내려가 행인들에게 온라인 음악 벤처회사 이름을 들어본 일이 있냐고 물어보면 대답하는 이가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냅스터가 촉발시킨 파일 교환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주요 음반사들이 출자해 출범시킨 뮤직넷 등 회원제 음악 서비스업체들이 등장한 지 12개월이 지났으나 지금까지 10만명 이상의 유료 가입자를 유치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는 게 음반사 관련 소식통과 분석가들의 진단이다.
이같이 유료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허가받지 않은 음악 및 영화 교환 행위와 관련 서비스 업체는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음반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료 파일 교환서비스 카자는 냅스터 붕괴 후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있는 음악 서비스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카자는 미국 내에서만 매달 이용자가 137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이용조사업체 닐센/넷레이팅스에 따르면 카자의 이용자는 연간 324%씩 늘어나고 있다.
유료 회원제 음악 서비스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유명 예술가와 독립 음반사가 라이선스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데다가 일부 대형 음반사는 자체 온라인 벤처를 위해 인기 음악을 움켜쥐고 공개하지 않는 데 있다.
음반사 후원 음악 서비스회사 중역들은 그래도 ‘에비앙 이론’이 음악산업에서도 적용됨을 입증해 보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생수회사 에비앙에서 비롯된 이 이론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물건이라도 마케팅을 바로 하고 편리하고 휴대할 수 있다면 돈을 주고 물건을 사게 된다는 이론이다.
유료 서비스는 시작때부터 진화를 거듭했다. 리슨닷컴(Listen.com)의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인 랩소디는 가입자가 좋아하는 노래를 CD에 구울 수 있도록 허용했다. 소니와 유니버설이 공동 설립한 프레스플레이는 올 여름 내려받기 횟수 제한을 없애고 가입자가 자유롭게 원하는 노래를 내려받거나 살 수 있게 해주었다. 더 나아가 CD에 노래를 굽거나 휴대형 플레이어에 녹음하는 것도 허용됐다.
음반사 후원의 또 다른 벤처인 뮤직넷은 자사 노래의 보급 루트인 아메리카온라인(AOL)과 리얼네트웍스의 리얼원뮤직도 내년 초에 프레스플레이와 비슷한 서비스에 나선다고 밝혔다.
유료 온라인 서비스업체들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서비스 대상 음악은 카자 등 무료 서비스업체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랩소디와 리얼네트웍스 리얼원뮤직을 통해 서비스되는 뮤직넷을 최근 조사한 결과 두 서비스 모두 빌보드지가 조사한 미국내 10대 인기 히트곡을 전부 서비스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제 서비스 업체 중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는 프레스플레이는 10대 히트곡 중 4곡, 뮤직넷은 겨우 2곡을 서비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과연 유료 서비스가 소비자에 먹혀들 것인가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다.
음악업계가 지원하는 사이트로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 AOL의 AOL뮤직과 야후의 론치는 서비스가 무료다. 월 이용자가 790만명에 달하는 론치는 무료 라디오와 음악 비디오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광고 협찬을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와 입소스 라이드의 평가를 감안하더라도 초기 태동 단계에 있는 온라인 음악 서비스의 활성화는 개별적인 음악 내려받기에 달려 있다.
조사업체들은 아마존닷컴, 보더스, 버진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노래나 전체 앨범을 살 수 있게 해야 적자인 싱글음반 사업을 재차 활성화시켜 오는 2007년까지 21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추산했다. 개별적인 내려받기를 허용하지 않는 포괄적 형태의 유료 서비스는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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