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초박막 트랜지스터 액정패널(TFT LCD)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대만의 공세에 점차 밀려나고 있는 일본이 플라스틱 기판을 채택하는 새 기술을 무기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한때 전세계 TFT LCD시장을 호령했던 일본 액정산업은 올 상반기 시장점유율(미국 디스플레이서치 조사)에서 25.9%에 그치며 한국, 대만에 이은 3위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일본 액정제조업체들은 최첨단 기술을 선도해야 살아남는다는 절박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닛케이산교신문은 최근 소니와 샤프가 각각 플라스틱을 기판으로 사용하는 TFT LCD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두 업체는 이번 기술을 바탕으로 2∼3년내에 이를 실용화한 제품을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소니가 개발한 액정은 디지털카메라용으로 1.5인치 크기의 소형액정이다. 두께가 0.4㎜, 무게가 0.5g으로 기존 유리기판을 이용한 같은 크기 액정에 비해 각각 3분의 1, 6분의 1 정도 얇고 가볍다.
현재 소니가 내놓고 있는 1.5인치 액정은 두께 1.4㎜에 무게 3g이다. 그동안 플라스틱을 기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있어왔으나 생산 공정에서 기판이 400도의 열에 노출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소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리 위에서 트랜지스터를 형성시킨 후 플라스틱기판에 전사시키는 방식을 채택했다. 소니는 앞으로 이번 새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한편 400도 이상에서 견딜 수 있는 신소재 개발을 위해 소재 제조업체와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일본 최대 TFT LCD 패널 제조업체인 샤프도 플라스틱 기판을 이용해 4.4인치 액정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두께가 0.5㎜, 무게가 3g으로 기존 액정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유리에 비해 잘 깨지지 않는 장점도 있어 패널의 강도가 이전보다 10배 정도 강해졌다. 샤프의 경우 우선 400도 이상에서 이뤄지던 트랜지스터 형성 공정을 200도에서 가능하도록 제조공정을 개량했다. 여기에 스미토모백라이트와 공동 개발한 220도까지 견딜 수 있는 특수플라스틱을 공정에 투입, 플라스틱기판 액정 패널을 실현시켰다.
일본 업체들이 플라스틱기판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동전화단말기 등 모바일기기의 박막형, 경량화 추세에 따른 수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한 유리 기판에 비해 부드럽기 때문에 충격에 강하다는 특징도 매력적이다. 뿐만 아니라 현행 제조설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설비투자에 대한 부감이 적은 기술이라는 점도 한 몫한다.
여기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유리기판과 같은 가격대에서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향후 소형 액정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필수 기술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샤프의 한 관계자는 “저렴하게 대량생산하는 액정패널 부문에서는 한국이나 대만에 밀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고부가가치를 낳는 액정패널 분야, 이를테면 TV용 액정이나 소형액정에 주목하고 있다”며 일본 액정산업이 가고 있는 방향을 시사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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