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IT취업난

◆금기현 논설위원 khkum@etnews.co.kr

 바야흐로 취업시즌이다. 기업들은 내년 초 각 대학의 졸업을 앞두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취업 기회는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제사정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기업들이 인력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채용 계획이 있더라도 최소한의 필요인원만 충원할 예정이다. 이런 현상은 그동안 대졸인력의 상당부분을 흡수하던 IT기업들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취업포털인 리크루트가 최근 KT와 LG텔레콤·삼성SDS 등 20개 IT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3년 인력채용 계획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 업체가 내년도에 채용할 인력은 모두 1800명 선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4022명을 뽑은 지난해 채용규모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20개 기업 가운데 삼성SDS가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500명의 신규채용 계획을 세워놓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기업은 인력채용을 지난해보다 줄이거나 신규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300명을 채용한 LG텔레콤은 내년에 100명을 뽑을 계획이고, 롯데정보통신도 지난해 150명보다 50명을 줄여 1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외에 KT·KTF 등은 아직 내년 공채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IT 관련 대기업의 사정이 이럴진데 그보다 못한 중소기업의 사정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하다.

 IT분야의 필요한 인력은 벤처기업의 인력채용을 포함하더라도 대졸자 채용규모는 2만여명에 그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추측이다. 그러나 내년 초에 대학문을 나서는 IT관련 분야 대졸예정자만도 5만명에 달하고 이미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취업재수생도 3만명에 이르는 등 모두 10만명이 넘는 고급인력이 IT기업 취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결국 내년도 IT관련 대졸자의 취업률은 25% 정도 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는 IT분야의 취업대란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기업들이 최근 인력채용을 줄이거나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IT경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극심한 불황과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대졸 예비취업자들의 취업길까지 막히다 보니 이만저만 문제가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IT부문에 있어서 최선의 실업대책은 조기에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IT경기가 어느 정도 활력을 유지해야 일자리가 창출돼 신규채용도 가능하고 전직 실업자도 줄일 수 있다.

 지금처럼 경기부진이 계속 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실업자 구제에 나서봐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렇다고 마냥 두고 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IT기업들은 어려운 때일수록 우수한 인력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미래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라는 진취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어렵다고 해서 인력채용에 등한하면 경기가 회복될 때 인력공동화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상황이 이처럼 어렵긴 하지만 취업대란이 하루 이틀로 끝날 일이 아닌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뭐니뭐니 해도 기업의 신규투자를 북돋우는 것이 정공법이지만 지금처럼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에 무턱대고 투자만 늘리라고 주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상황에서는 구직자들이 스스로 눈높이를 낮춰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다면 취업난은 상당히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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