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써보시고 돈은 천천히…"

 ‘일단 가져가고 돈은 나중에 내세요.’

 경기 침체로 기업의 정보기술(IT) 지출이 꽁꽁 얼어붙자 주요 IT 기업들이 파격적인 금융지원 패키지를 앞세워 구매심리를 자극하고 나섰다.

 C넷에 따르면 IBM, 마이크로소프트(MS), 휴렛패커드(HP) 등이 몇 달간의 지불 유예와 무이자 등의 좋은 조건을 내건 융자 패키지를 잇따라 내놓았다.

 IBM은 지난 3일 기술 구매 비용을 회전 신용장 등을 포함해 여러 달에 걸쳐 나누어 내도록한 ‘총 사용량 융자(Total Usage Financing)’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온디맨드 컴퓨팅 서비스 고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에 앞서 IBM은 지난 10월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내년까지 대금 지불과 이자를 유예해주는 것은 물론 계약금도 받지 않는 ‘트리플 제로’ 융자 패키지도 발표한 바 있다.

 또 HP는 지난달 소기업을 겨냥해 5만달러 이하 규모의 거래를 대상으로 한 3개월 지불 유예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소프트웨어 업체인 MS까지 소기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구매 지원을 위한 융자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잇따라 ERP, CRM 소프트웨어 고객을 겨냥해 24개월 무이자 특별 융자 프로그램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IT분야 융자 프로그램은 소프트웨어의 경우 컴퓨터나 사무 장비와는 달리 감가상각이 빨리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 등의 금융기관에서 이를 꺼려 주로 컴퓨터 등의 하드웨어를 대상으로 해왔다. 특히 중소규모 기업의 소프트웨어 구매라면 더욱 꺼릴 수밖에 없었다.

 주요 기업들이 이같이 좋은 조건의 융자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고객이 경기 회복기만을 기다리며 지출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눈에 띄는 경제적인 보상을 해주어야만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컨설팅업체인 클리퍼그룹의 회장 마이크 칸은 “고객들은 명백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투자를 미루고 있다”며 “IBM은 당장 구매하는 데 따르는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IT 시장에서 융자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소프트웨어 분야로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4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굴리며 수년간의 융자 패키지를 제공해온 IBM의 글로벌파이낸싱 사업부의 지난 3분기 수익은 이미 7억9500만달러에 달했으며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함께 융자 패키지를 제공하는 HP의 파이낸셜서비스 사업부의 매출도 5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또 MS 이외에도 피치트리의 모회사인 세이지그룹의 베스트소프트웨어 사업부, ACT, 세일스로직스 등이 최근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융자 패키지를 발표한 바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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