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뮤지컬 인구가 급증한 가운데, ‘뮤지컬 전용극장’에 대한 설립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어 주위의 기대가 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SJ엔터테인먼트·신시뮤지컬컴퍼니 등 공연 기획사들은 1000석 이상의 뮤지컬 전용극장을 설립한다는 방침아래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이들은 부지 선정은 끝내고 관련 정부기관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어 이르면 내년 중순께 뮤지컬 전용극장이 설립될 수 있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뮤지컬 전용극장은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자금이나 법적·제도적인 문제 때문에 미뤄져 왔으나 ‘오페라의 유령’을 기폭제로 뮤지컬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전용극장 설립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내 뮤지컬 대중화는 물론, 산업화의 기틀도 마련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뮤지컬은 연극이나 오페라와 같은 순수예술에 비해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상업예술이라는 점에서 장기공연이 필수. 외국에서는 뮤지컬 전용극장이 있어서 10년 넘게 장기공연하는 뮤지컬들이 보편화돼 있을 정도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극장을 대관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기공연은 더더욱 힘든 실정. 어렵게 대관을 따낸 제작자들은 대관일정에 맞추느라 완성도가 떨어진 작품을 올리고, 이러다보니 뮤지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곤 했다.
더구나 전용극장은 외국 공연기획사에서 뮤지컬을 수입(공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으로 제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용극장이 없다면 공연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 세계적인 뮤지컬이 국내에 들어올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공연문화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 뮤지컬이 국내에도 토착화되기 위해서는 전용극장이 필수”라며 “이는 뮤지컬의 산업화라는 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작년 11월 SJ기술투자가 공연예술 전문회사로 설립한 SJ엔터테인먼트(대표 백승호)의 경우 내년 말께 학여울역 근처에 15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을 지을 예정이다.
부지 및 공연구입에 140억원 가량을 예상하고 있는 SJ엔터테인먼트는 4∼5개 회사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맺어 운영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이 사업은 공연기획·캐피털·입장권 판매회사가 포함되는 전방위 컨소시엄이 될 전망이다.
현재 유관기관과도 협상을 벌이고 있어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외 신시뮤지컬컴퍼니(대표 박명성)도 서울 강남 부근에 1500석 규모의 전용극장을 지을 예정이며 예술의전당(대표 김순규)도 2004년 개관을 목표로 내년 6월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예술의전당이 기획하는 뮤지컬 극장은 우면산에 지을 동굴형 극장으로 지하 3층 1500석 규모. 이를 위해 관할 서초구청 및 문화관광부와 협의하는 중이다.
뮤지컬 전용극장과 관련, “워낙 중차대하면서 방대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공연 산업화가 절실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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