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시장을 뚫어라.’
국내 진출한 음반직배사들에 내려진 지상명령 1호다.
국내 음반시장을 크게 가요와 팝으로 구분할 경우 각각의 비중은 80대 20. 가요가 팝보다 적어도 세배 이상 크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국내 진출한 음반직배사들이 가요시장을 뚫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
직배사들은 국내 음반사에 비하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서 가수를 양성하기도 어렵고, 연륜이 짧아 방송계와 두터운 인맥이 없다는 점은 제약요인이다.
또 본사 측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아킬레스건이다.
그러나 직배사들은 최근들어 가요시장에 밝은 전문가를 영입해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본사에서도 가요부문에 있어 전략적 육성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지원에 나서는 등 과거와 다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검찰의 가요계 비리 수사로 국내 대형 음반사들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는 점도 직배사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있다.
EMI뮤직코리아(대표 성낙서)는 지난 10월 대표이사 교체를 계기로 가요시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회사는 유니버설뮤직에서 가요를 담당했던 영업인력을 대거 영입, 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신인 위주로 전속가수를 양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가요 전담 A&R부서를 신설해 신인 발굴에 전력하는 동시에 국내 음반기획사와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성낙서 사장은 가요부문에서 유니버설뮤직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든 주역이라는 점에서 EMI뮤직코리아의 향후 진로에 힘을 싣고 있다는 평이다.
유니버설뮤직(대표 김성범)은 직배사로는 드물게 가요부문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가요시장 공략에 성공한 경우다.
인기가수인 조규찬·김장훈이 내년 상반기 전속계약이 완료됨에 따라 신인가수를 발굴, 공백을 메워나갈 방침이다. 특히 자체적으로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어 실력있는 가수 발굴이 용이하다는 것이 유니버설 측 설명이다. 아울러 현재 2명인 가요부문 인력을 4명으로 늘리는 등 인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들도 “국내 대형 음반사들이 위축된 틈을 타 직배사들이 음반시장의 핵심대열로 들어설 것”이라며 “지금까지 직배사가 국내 음반시장의 30% 가량을 점유했으나 앞으로 이 비중이 훨씬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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