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입안 잘못으로 시행시기 연기 등
정부의 각종 바이오산업 육성책이 시행과정에서 사문화되는 등 표류하고 있다.
21일 관계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산업자원부는 올들어 경쟁적으로 바이오산업 육성책을 내놓았으나 정책입안 과정에서 시행시기가 연기되거나 아예 사업 자체가 사라지는 등 행정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5월 바이오 보건기술 및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산업지원책 마련을 위해 매월 ‘바이오 보건 산업진흥회의’를 갖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이 회의는 지금까지 두차례 모임을 가진 것을 끝으로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진흥회의는 당초 신약개발 투자 확대, 연기금 투자회수 기간 연장, 연구개발 투자세액 공제 등 산업계의 현안을 논의하고 이를 정부에 건의하기 위한 민관 협의기구로 출범했었다. 1차 회의에서는 생명윤리에 관한 법률 제정문제 등을 집중 논의했으며 복지부는 이 요구를 바탕으로 종합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진흥회의가 대통령 자문기구인 약사제도 개선 및 보건산업발전특별위원회 회의와 성격이 중복되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면서 “이 회의를 그대로 존속시키기에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며 회의 청산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복지부는 또 연내 마무리짓기로 한 ‘생명윤리에 관한 법률’조차 국회에 상정하지 못해 복지부가 복지부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6월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회의를 열었던 산자부도 대통령 주재의 ‘바이오전략회의’ 신설 및 해외 BT지원센터 설치, 바이오벤처 활성화 지원단 구성 등을 약속했으나 5개월째 뒷짐만 지고 있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전략회의 신설은 과기부와 복지부 등 관련부처가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BT지원센터 설치문제는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연내 설치는 사실상 힘들다”면서 “조만간 관련기업들과 문제해결을 위한 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이오업계는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이후 BT에 대한 각 부처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말만 무성할 뿐 실질적인 지원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정부 관계자들이 사전에 철저한 사업 타당성 조사도 없이 무책임하게 백화점식 지원책만 남발하고 있다”며 정부의 탁상행정을 지적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