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 주소자원관리법 제정 필요

 인터넷 주소자원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오던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이 표류하고 있다니 걱정이다. 법안의 일부 내용이 상표법·부정경쟁방지법과 중복되는 등 충돌 및 혼동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터넷 이용 및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급증하고 있는 도메인 분쟁을 해결하고 한정된 인터넷 주소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인터 넷주소의 범국가적 관리체계 확립이 그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의 국회통과가 미뤄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유명회사의 상호나 상표를 연상시키는 인터넷 주소를 선점한 뒤 거액을 받고 되파는 사이버 스쿼팅(cyber squatting) 등 인터넷 주소의 편법·부정사용 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민간차원에서 도메인 이름체제(DNS)에 기반한 인터넷 주소 서비스를 실시함에 따라 인터넷 주소자원 관리는 물론 분쟁해결 및 예방 등 인터넷 주소의 등록·거래에 따른 소비자 보호대책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우리가 인터넷 주소의 등록 및 거래에 관한 원칙 등을 명시한 관련법 제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며 정부·민간기구·인터넷이용자대표 등이 참여하는 분쟁조정위원회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타인의 상표나 상호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 도메인 등록을 금지하고, 도메인 소유권 분쟁시 소유권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등 부정한 의도로 등록된 도메인의 등록을 말소하거나 피해자에게 사용금지 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법의 문제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주소가 등록자가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는 상표·서비스표·상호·명칭 또는 성명과 동일한 것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인의 상표나 서비스와 혼동을 일으키거나 식별력을 희석시키는 주소를 등록해서는 안된다’는 14조와 ‘이같은 이유로 인터넷 주소 등록자가 상표권을 침해했을 경우 상표권자가 주소등록 말소 또는 사용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는 18조가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규정과 중복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20조에서 사용금지 또는 등록말소는 그 인터넷 주소가 등록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한 때 또는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있었던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한 때에는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26조에서 다른 법률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대목과 오프라인상의 상표권을 온라인상에서 그대로 인정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14조와 18조가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규정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주소의 재산권을 인정하고 등록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를 외면했던 관련부처의 속내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인터넷 주소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만큼 시급한 과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위험한 것이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차제에 인터넷 주소자원의 연구개발 및 진흥을 위한 정부의 책임을 규정하고, 인터넷 주소 기반의 비즈니스에 대한 심사절차를 도입하는 등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이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법 조율에 나섰으면 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