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와 가격은 작게, 하지만 기능은 엔터프라이급을 향한다.’
(주)마이크로소프트·한국오라클·SAP코리아·한국CA 등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공룡기업들이 중소·중견비즈니스(SMB:Small & Medium Bussiness) 시장을 향한 날갯짓을 가속화하고 있다. 더이상 대기업 시장의 수요만으로 기업용 솔루션 시장을 지배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는 판단에서다.
100년 기업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SMB는 치열한 시장경쟁 구도에서 영원한 약자가 아니다. 그들의 성장 잠재력에 세계적인 기업용 SW들이 예의 주시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내년도 기업용 SW시장은 엔터프라이즈급 시장과 함께 SMB에서 또다른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다국적 대형 SW업체들은 향후 이 시장에서 전체 매출 가운데 적게는 20%, 많게는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를 목표로 삼고 다양한 제품 및 영업 프로그램, 차별화된 가격정책, 고객 서비스 전략을 내놓고 적극적인 SMB 구애작전에 돌입했다.
◇특화 프로그램과 솔루션 승부=(주)마이크로소프트는 엔터프라이즈급을 대상으로 한 사업부와 별도로 SMB를 타깃으로 한 일반고객사업본부를 구성, 시장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동안 PC 200대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주요 데스크톱용 SW를 저가에 판매하는 ‘EA’ 정책의 적용대상을 50대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SMB 수요 확대에 나서고 있다. 또 공동구매 방식의 ‘AA’ 정책 등 기존 프로그램과 함께 병원·자동차부품 분야에 특화된 ‘HA’ ‘MA’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SAP코리아는 별도로 SMB사업본부를 설립하고 SMB를 겨냥한 비즈니스 프로그램인 ‘스마트’의 가동에 들어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연매출 100억∼2000억원의 중견·중소기업들이 SAP의 엔터프라이즈급 제품인 마이SAP닷컴에 비해 4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마이SAP 올인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마이SAP 올인원은 산업별 비즈니스 시나리오를 적용해 사전에 패키지화한 솔루션으로 SAP가 보유한 21개 기업용 제품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오라클도 SMB기업을 겨냥한 e비즈니스 특화 솔루션인 ‘패스트포워드’를 전면에 내세워 공급 사이트 확대에 나서고 있다. 패스트포워드는 그동안 대기업에 적용됐던 업무 프로세스와 솔루션을 SMB기업에 최적화해 다운사이징한 제품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는 물론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등 오라클이 보유한 솔루션 일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엔터프라이즈급 제품에 비해 저렴한 비용과 시간으로 효과적인 e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한국CA도 자사의 시스템관리 솔루션인 유니센터가 다양한 모듈로 구성돼 향후 시스템 확장 및 통합시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윈도NT 환경을 위한 백업 솔루션으로 비숙련 IT전문가도 30분내에 설치 및 운용이 가능한 제품인 아크서브백업을 대기업용 제품과 별도의 영업전략을 통해 차별화된 시장접근에 나서고 있다.
◇전사 프로젝트를 향해=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오라클·SAP코리아·한국CA 등은 짧은 구축기간과 저렴한 비용으로도 기존의 대기업들이 구현하고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저가 공급정책을 전개함으로써 IT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이들 솔루션 업체의 SMB 시장전략은 특화 솔루션과 작은 시스템만을 겨냥하지는 않는다. 향후 SMB기업들이 성장하고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할 경우 추가로 발생하는 수요를 전사적인 프로젝트로 이어가기 위한 사전포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들 SW업체는 저렴한 가격과 쉬운 설치·운영을 강조하면서도 ‘통합’과 ‘유연’을 내세워 엔터프라이즈급 솔루션으로의 ‘확장성’을 강조하고 있다.
◇파트너사를 잡아라=산업 및 규모별로 다양한 특성을 가진 SMB기업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솔루션 개발과 판매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다양한 채널과의 긴밀한 공조체제는 필수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규모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고객접점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SMB시장 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인 파트너 제도인 ‘MAP’ ‘MVP’, 신규 파트너 프로그램인 ‘액션팩’ 등을 실시해 저가 공급혜택과 함께 성과금, 영업·마케팅 정보 등을 제공하면서 SMB매출의 50% 이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SAP코리아도 올해초 채널사를 18개로 확대하고 이들 업체를 고객 만족도 및 레퍼런스 사이트 보유정도에 따라 교육 및 협력지원 프로그램을 차별화해 시장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또 이들 업체와 공조를 통해 국내 환경에 적합한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CA는 인성디지털 등 SMB에 전문성을 가진 영업채널에 대한 지원방식과 가격정책을 차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같은 맥락에서 조만간 신규 협력사 영입과 가격 단일화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레퍼런스 경쟁=SW업체들이 SMB시장을 겨냥해 구체적인 전략과 제품을 내놓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지는 1∼2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미 상당한 수의 공급 사이트를 확보하면서 이를 준거(레퍼런스) 사이트로 삼은 마케팅·홍보전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SMB시장을 둘러싼 업체간 경쟁은 산업별·규모별로 최적화된 제품 및 전략 개발경쟁은 물론 엔터프라이즈급 시장에서와 같이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한 투자대비효과(ROI), 총소유비용(TCO) 경쟁을 병행하는 양상을 띠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IT인프라 운영 및 관리에 비전문성을 가진 고객사에 대한 교육 및 컨설팅 지원, 비즈니스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도 시장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외국계 전문 SW업체 전략
대형 외국계 솔루션 업체와 함께 스토리지관리, 콘텐츠관리, DBMS,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분야의 전문 외산 SW업체들도 SMB 시장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각사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주력제품을 다운사이징해 파격적인 저가정책을 구사함과 동시에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번들 탑재하거나 솔루션을 묶어 공동으로 수요 발굴에 나서면서 대형 업체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사이베이스·볼랜드코리아 등은 기존의 가격할인 기준을 완화해 사용자 확대를 추진하는가 하면 중소기업용 전사적자원관리(ERP) 제품 등의 애플리케이션에 번들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스토리지 관리 솔루션 전문업체들은 백업 솔루션의 시장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베리타스는 전문지식 없이도 손쉽게 설치해 고도의 백업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제품으로 윈도를 기반으로 한 SMB기업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서버 제품에 번들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이른바 ‘원스톱 백업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BI 전문업체인 SAS코리아도 내년초부터 다양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비즈니스 인프라 구축은 물론 유지 및 보수 등 전과정을 지원하는 ‘토털 BI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전략를 수립하고 시장진입을 추진중이다. 이 회사는 내년에 전체 매출의 15% 이상을 SMB시장에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다수 분포한 아시아 시장만을 겨냥한 특화 제품을 내놓고 본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업체도 있어 주목된다.
콘텐츠관리시스템(CMS) 전문업체인 다큐멘텀코리아는 아태지역의 소규모 기업을 겨냥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대규모 기업은 물론 중소 규모의 기업 및 조직 단위에서도 콘텐츠 관리 요구가 커짐에 따라 5∼50명 규모의 직원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최적화한 CMS 제품을 별도로 출시했다. 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지사 및 부서 단위에서도 활용도가 높다는 점을 부각해 신규 수요 발굴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솔루션 업체와의 전략적 연대를 통해 수요를 견인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기업포털(EP) 업체인 코어체인지코리아는 MS와 솔루션을 결합해 판매하는 별도의 패키지 프로그램을 구성했고 그룹웨어(GW), 지식포털(KM) 업체들과 솔루션을 묶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매크로미디어는 시장 점유에 성공한 기존 제품의 기능과 시장 인지도를 바탕으로 SMB시장을 겨냥한 WAS 제품의 시장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급에 주로 공급되고 있는 대형 업체의 제품과도 연동되도록 해 틈새시장에서 우위를 창출해 간다는 계획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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