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현재 통용 중인 버스·지하철 교통카드시스템을 걷어내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독자시스템 도입을 구상하고 있다. 서울시는 특히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전국 교통카드 표준화 정책에도 사실상 불참한다는 입장이어서, 최근 개발된 표준 보안응용모듈(SAM) 보급계획이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독자 행보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혼선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교통카드 시장 전반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13일 관계 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신임 이명박 시장 취임이후 교통정책 개혁의 일환으로 현행 선·후불식 교통카드시스템을 조만간 독자적인 신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도 했다. 이는 서울시가 버스카드 사업자인 인텍크산업, 지하철 후불교통카드 사업자인 국민카드·씨엔씨엔터프라이즈 등 민간업체 중심의 교통카드 사업을 ‘관주도’형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받아 들어져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정보통신부·건설교통부가 주관하고 K캐시·마이비·에이캐시·몬덱스·비자캐시 등 5개 전자화폐 업체가 참여한 전국 표준SAM도 배제한채 독자 시스템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 시장 취임후 신교통시스템팀을 신설, 실무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독자시스템 구축을 마무리지은 뒤 하반기께 개통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교통기획과 김기춘 과장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집행계획을 밝힐 수 없다”며 “진행 중인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할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교통카드 정책을 ‘나홀로’ 사업모델로 전환하려는 것은 신임 시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인 청계천 복원사업과 이로 인해 제기될 교통대란 문제를 해소할 대안으로 교통카드시스템 개편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지선 위주의 버스노선을 간선 형태로 재편하고 운송사업자의 손익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요금수입의 투명관리를 위한 교통카드 전면 보급이 전제되는 것이다. 시가 직접 관장하는 독자적인 교통카드 시스템의 필요성은 이런 명분을 깔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최근 인텍크산업의 일방적인 버스카드 시스템 중지사태도 사업자 중심의 현행 사업구도에 대한 시의 불신을 증폭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통부·건교부 등 교통카드 표준화 주무부처는 물론, 전자화폐 업계도 서울시의 돌출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 교통카드 호환이라는 정부 정책에 비껴나 있어 명분을 상실한데다, 신형 시스템 도입에 소요될 막대한 중복투자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탓에 어려움은 있지만 서울시 등 관계 요로를 통해 지속적인 의견조율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교통카드 독자노선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는 당분간 정부기관과 시장전반에서 뜨거운 현안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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