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CG산업의 위기와 기회

◆김하진 아주대 대학원장  

 우리나라의 초고속 통신망 인프라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읍 단위는 물론 면 단위까지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어 있으며 초등학생부터 노인들까지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인프라를 갖췄다고 해서 자랑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인프라를 수익창출로 연결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의 개발이 아직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콘텐츠 중에서도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컴퓨터그래픽스(CG) 영상산업이다. CG 영상산업은 CG기술을 기반으로 한 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산업을 일컫는데 영화·애니메이션·게임·방송·광고·우주항공·의료·환경·바이오·엔터테인먼트 등 CG기술이 쓰이지 않는 분야가 없다고 할만큼 활용의 폭이 매우 다양하다.

 월트디즈니·드림웍스·20세기폭스 등 할리우드의 거대 메이저 제작사들은 엄청난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지털영상을 활용해 세계 영화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디즈니의 토이스토리 개봉 이후 CG 영상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최근 흥행에 성공한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는 제작공정의 50% 이상을 CG기술을 사용해 제작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벅스라이프·앤츠·토이스토리2·다이너소어·슈렉 등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은 제작과정에서 축적해온 CG기술을 3D 애니메이션으로 계속 확대하는 실정이다.

 CG를 활용한 영화의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CG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토이스토리의 경우 3000만달러의 제작비를 투여해 열배가 넘는 3억2400만달러의 순수익을 남겼다. 또 해리포터의 경우에는 영화가 성공하면서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캐릭터 분야에서만 약 2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렇듯 부가가치가 월등하게 높고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세계 CG 영상산업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CG 영상산업 분야를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해야만 한다. CG 영상산업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세계 최고수준인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프라를 활용하는 하나의 방편이기 때문이다. 자본이나 기술 등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CG 영상산업 육성에 주저한다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이유에서 산업육성의 기회를 잃고 말 것이다.

 첫째, CG 영상산업을 지금 육성하지 못하면 우리는 선진국의 하청국으로 전락하거나 테스트베드 역할밖에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자본과 기술력에서 월등히 앞서는 미국과 일본의 메이저 제작사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질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 대한 기획력, 창작력, 개발경험, 마케팅 능력 등의 부족으로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할 수 없어 2D 애니메이션 하청국 역할을 했던 지난날의 위상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향후 CG 영상시장은 3∼5년 후에는 시장 성숙기로 접어드는 관계로 선진국을 추월해 세계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영상시장에서 지배력이 높은 사업자는 미국이나 일본의 5∼6개 업체에 불과하다. 이렇듯 아직은 진입장벽이 낮은 상황이어서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

 셋째, 앞으로 2∼3년 후에는 세계무역기구의 규제로 국내 영상콘텐츠산업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어려워지게 된다. 현재 캐나다·영국·호주 등은 국가차원의 자금지원 및 세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세계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현실적인 종합지원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지금 우리 앞에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놓여 있다. 우리가 초고속 인프라에 만족하고 만다면 인프라 구축의 한 결과물로써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줄 CG 영상산업을 육성하지 못하게 됨은 물론 그동안 애써 구축한 인프라도 한낱 빈껍질로 전락하고 말지도 모른다.

 

hjkimn@madang.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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