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정보고속도로`가 집집마다 `씽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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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1000만을 돌파해 바야흐로 ‘1가구 1회선’ 시대에 다가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3000만 이동전화 가입자 시대를 연데다 지난달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1000만을 넘어섬에 따라 명실상부한 정보통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 98년 두루넷이 케이블TV망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99년말 37만4000회선, 2000년말 401만8000회선, 2001년말 780만6000회선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 10월 15일 1000만2000회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전체 1450만 가구의 약 70%가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에 가입, ‘1가구 1회선’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으며 초고속인터넷 세계 1위 국가의 면모를 대내외에 과시하게 됐다. 물론 인터넷 이용자(5위)·인터넷 사용시간(1위)·국가도메인 수(8위)·IPv6 주소 수(4위)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최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보급률에 있어서도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캐나다의 2배, 미국의 4배, 일본의 8배에 달할 정도로 선진국과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OECD·ITU 등 국제기구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추천하고 있으며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 유수의 언론들도 앞다퉈 소개하고 있을 정도다. 나아가 미국 하원은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성공에 자극받아 초고속정보통신망 보급 촉진을 위한 ‘광대역보급법안’을 입법화하기도 했다.

 정보통신부 김치동 초고속망 과장은 “지난 4년간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에 투자한 금액은 11조원 규모로 IT 등 관련산업에 생산유발액 17조원, 부가가치 유발액 5조8000억원, 고용유발 59만명 등의 파급효과를 가져왔다”며 “이를 통해 AT&T·NTT·BT 등 세계적인 통신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불구하고 국내 통신사업자의 경영구조를 견실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정부는 초고속인터넷 환경의 구축에 힘입어 우리나라가 미래 지식정보사회의 모습을 선도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멀티미디어 통신환경을 구축, 지금까지 전화 위주의 단선적 통신구조가 유선과 무선을 포괄하는 다원적 구조로 전환돼 국민의 통신선택권을 극대화했으며 △온라인 교육 활성화 교육비 절감 △국민의 문화생활 및 지식활용 활성화 △주거환경의 획기적 개선을 통한 미래형 주거문화의 가능성 제시 △원격근무, 원격의료 실시 등 지식정보사회의 기반을 마련했다.

 새로운 사이버 생활문화를 창조해낸 것도 하나의 성과다. 인터넷의 보급과 확산으로 인해 기존 사회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화와 관행, 새로운 질서와 가치관을 창조해내기에 이른 것이다. 사이버커뮤니티, 사이버소사이어티의 등장이 본격화되면서 사회적 유대와 연계기능이 강화됐으며 모든 사람이 공간을 초월한 새로운 사회의 삶을 영위하게 됐다는 의미다. 사이버정치와 사이버문화의 등장도 간과할 수 없는 결과물이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신산업의 발전을 가속화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을 세계 처음으로 실용화해 광대역 인터넷사업의 성공모델을 제시했으며 이와 관련, 장비개발에도 나서 수출증대는 물론 관련산업의 성장을 유인하고 초고속인터넷의 다양한 신규 수요 및 업종을 창출해냈다. 영상·게임·음악·정보 등의 디지털콘텐츠가 새로운 상품으로 등장했으며 애플리케이션서비스프로바이더(ASP)·인터넷데이터센터(IDC)·인터넷서비스프로바이더(ISP) 등의 새로운 서비스들도 등장했다.

 초고속인터넷 환경의 조기구축은 기존의 경제활동에도 인터넷의 활용을 증대시켜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 기업가치 등을 제고하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39조1980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14조9350억원(61.6%)이 증가할 정도로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온라인 뱅킹이나 사이버증권 등의 증가도 초고속인터넷의 보급확대에 기인한다. 최근에는 무선인터넷 가입자 수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벨소리·캐릭터다운로드에서부터 게임·금융·쇼핑·커뮤니티서비스 등의 비즈니스도 수익모델로 자리잡았다.

 정부는 이같은 성과를 극대화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초고속 정보통신망고도화계획을 마련, 오는 2005년까지 초고속인터넷의 광대역화와 보편적서비스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예컨대 1000만가입자가 현재 평균 3Mbps의 속도로 이용하고 있는 초고속인터넷을 2005년까지 1350만 가입자가 평균 20Mbps의 속도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전국 읍면동 모든 가구에서 최소 1Mbps급 초고속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 이용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향후 4년간 13조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우선 초고속인터넷 원천기술의 대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ADSL의 경우 핵심 칩과 모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나마 국산이라고 도입된 장비마저 덤핑에 가까운 가격을 앞세워 활용됐을 뿐이다. 최근 구축되기 시작한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의 경우도 현재 30만회선 모두 표면상으론 국산장비지만 원가의 50% 이상이 외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핵심부품인 모뎀 칩은 모두 외산이다.

 중국·동남아를 비롯해 해외시장 개척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다. 국내 시장이 포화되다 보니 국내업체간 출혈경쟁이 일상화되고 나아가 산업 자체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CDMA처럼 순수 국산 VDSL 장비의 레퍼런스사이트를 구축, 통신사업자·장비업체·칩 업체가 공동으로 세계시장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정부가 예정대로 초고속인터넷의 광대역화와 보편적서비스화를 착실히 추진하고 KT·하나로통신·두루넷·온세통신·데이콤 등 사업자 역시 선진국에 앞서 VDSL 서비스를 확대해 기술적인 패러다임을 주도할 경우 장비는 물론 콘텐츠·서비스운영기술 등 초고속인터넷 분야에서 상당한 국제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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