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그동안 고객확보 및 판촉 차원에서 PC 구매고객에게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기간을 최근 대폭 줄이면서 국내 PC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홈PC시장 수요가 그나마 올 내수시장을 지탱해왔다는 점에서 신용카드사의 무이자 할부기간 축소는 연말 최대 성수기 위협은 물론 내년 PC시장 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PC업체들은 이달 들어 구매자에게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이거나 무이자 할부 혜택을 주는 신용카드를 폐지하는 등 신용거래를 크게 축소하고 있다.
PC 구매자에게 제공되는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은 한때 36개월짜리까지 등장했으나 하반기 들어 6개월로 줄어들었으며 이달에는 3개월로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달까지 LG·삼성·BC카드 소지자에게 6개월 무이자 할부 판매 프로그램을 제공했던 현주컴퓨터는 이달부터는 BC카드 소지자에 한해 6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할부이율을 카드사가 전적으로 부담했던 예전과 달리 3개월 정도는 현주컴퓨터가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주연테크컴퓨터는 이번달부터 삼성·LG카드 소지자에게 제공했던 무이자 할부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외환카드는 이번달까지 6개월 무이자 할부가 제공된다.
세이퍼컴퓨터도 지난달까지 국민·BC카드 소지자에게 제공했던 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이번달부터 3개월로 줄였으며 외환카드 소지자에게 제공했던 프로그램은 아예 제외시켰다.
세이퍼컴퓨터의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사들이 연체율 증가, 대손충당금 비율 확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금융감독위원회가 과당경쟁 자제를 요청, 영향을 미쳤다”며 “보통 홈PC 구매자의 80% 정도가 무이자 할부 형태로 결제하는 것으로 파악돼 PC판매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은 아직까지 대부분 6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음달에는 할부기간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삼보컴퓨터의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사들이 회사 방침에 따라 무이자 할부기간을 줄이겠다고 통보하고 있다”며 “다음달에는 무이자 할부기간이 줄어들거나 유지되더라도 할부이율을 PC업체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에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IDC코리아의 오현녕 책임연구원은 “4분기 들어 PC구매자들의 현금여력 악화로 홈PC시장이 위축조짐을 보이고 있고 신용카드사들의 무이자 할부기간 축소까지 겹쳐 전체시장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PC업체들은 홈P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용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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