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유통 이대론 안된다](중)원칙이 없다

 네트워크 장비 판매 과정에서 불거진 이번 소프트윈 부도 파장을 놓고 업계에서는 ‘하드웨어 시장에서는 이같은 사례가 관행처럼 되풀이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비의 실거래 없이 허위 계산서 발행 등을 통한 매출 부풀리기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하드웨어만큼 단일 계약으로 대규모 물량이 오고가지 않는 소프트웨어 유통업계에서도 최근 시장 상황이 열악해지면서 비정상적인 영업행태들이 예년에 비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프트웨어 유통구조는 기본적으로 제품 개발사 밑에 총판을 두고 총판이 대리점에, 대리점은 수십개의 하위 리셀러에 제품을 공급하는 연쇄 고리 형태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공인 총판 가격을 정해두지만 총판이 대리점에 공급하는 가격은 따로 규정하지 않고 총판의 자율에 맡긴다. 이에 따라 대리점의 영업능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매겨지는데 이들 대리점은 또다시 용산의 소규모 업체를 비롯한 수십개의 하위 리셀러에 제품을 넘기면서 나름대로의 가격을 정한다.

 문제는 이같은 과정에서 대리점에 물품을 공급하는 가격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제멋대로 제품 가격이 정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총판들이 당초 정해진 매출 목표를 채우기 위해 하위 채널에 제품을 밀어내기하면서 공급가를 절하하다보니 무리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대표적인 SW기업의 총판인 A사는 하반기들어 매출실적이 부진하자 최근 자사의 출혈을 감내하면서 대리점에게 공인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제품을 밀어내기했다.

 다국적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인 B사도 지난 상반기 분기 마감을 앞두고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총판에 재고를 대거 떠넘겨 총판과 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소프트웨어의 경우 용산상가를 중심으로 여전히 소비자가격보다 70∼80% 이상 가격이 싼 불법복제판이 판을 치다보니 정품을 판매하는 채널들로서는 이에 대응할 만한 자구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소프트웨어 시장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채널들이 공짜에 가까운 헐값에 제품을 공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총판간 출혈경쟁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패키지SW 유통사의 한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실적이 부진한 데 비해 대리점이나 총판이 제공하는 경품이나 혜택은 수준이 높아졌다”며 “손해가 예상되면서도 당초 계약한 목표물량을 달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육책을 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뿌리기식 유통’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다보면 일일이 하위 판매업체를 관리할 엄두를 못 내는데다 대리점 가격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더라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소프트웨어 유통사의 또다른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유통채널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구조적인 모순뿐만 아니라 벤더 스스로도 판매량 확대를 위해 밀어내기 등의 편법을 관행처럼 동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